막장은 본디 갱도의 막다른 곳을 의미한다. ‘막장드라마’는 얽히고설킨 인물관계, 무리한 상황 설정, 자극적인 장면 등으로 전개되는 드라마를 총칭하는 말이다. 현실에서 평생 겪을까 말까한 에피소드가 수십 분에 한 번씩 벌어지곤 한다.
최근 광주광역시 서구의회(의장 오향섭)에서 ‘막장 드라마’를 목도하게 됐다. 서구의회는 15일부터 9일 동안 임시회를 열고 업무보고와 조례 개정안을 심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서구의회는 15일과 16일 본회의를 열지 못해 개회만 선언한 채 정회에 들어가야 했다.
과반수가 참석하지 않아 본회의 안건인 임시회 회기 결정과 부의장 사임의 건을 의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족수 부족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모두 13명의 의원 중 과반수인 7명의 의원들이 본회의를 보이콧한 탓이다.
16일 오후 서구의회는 서너 차례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본회의를 연기했지만 결국 정족수는 채우지 못했다. 안건 토론이 격해져 정회를 선포하는 예는 많지만 정족수 부족으로 안건 처리를 하지 못하는 경우는 드문 일이다.
‘의장단 자리 나눠먹기’가 발단이 됐다. 현 서구의회 의장단이 지난해 6월 후반기 의장단 선거과정에서 같은 당 소속 의원들과 의장단을 1년씩 나눠서 하기로 약속했지만 의장단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등원거부 이유다. ‘자리 다툼’ 때문에 의원 스스로 의회를 마비시킨 것이다.
지난 2일 민주노동당 소속 조남일(나선거구)·강은미(라선거구)·류정수(다선거구) 의원은 성명을 내고 “서구의회는 동네 계모임도 아니고 어떤 친목단체 모임도 아니요, 특정정당의 당원모임도 아닌 민의를 전달하는 대표기관이다”이라며 “민주당이 일당 중심 의회이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가능하며 일당독재로 파행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의장단 나눠먹기 밀약’에 공모한 해당 민주당 의원들은 서구민에게 공개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서구의원들은 ‘사과’보다는 ‘등원 거부’로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등원을 거부한 한 의원은 “의장과 운영위원장 등이 1년씩 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으니까 발생한 것이다”며 “이틀 동안 본회의를 열지 못해서 행정에 큰 지장을 준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의장단에 포함된 한 의원은 “1년씩 나눠서 하자는 확약을 한 적이 없다”며 “오해에서 나온 일을 가지고 의회 회의를 보이콧 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로 구민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서구의회는 민선4기 들어 민주당 소속 의원 4명이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바 있으며 무소속 김희주(나선거구) 부의장은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아 2심이 진행 중이다. 다른 기초의원에 비해 유독 자리다툼으로 인한 파행과 재선거 사례가 많아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장기간 파행이 계속되면 좋지 않다”고 판단해 이틀 동안의 파행 끝에 정상 운영됐지만 “보여줄 것은 다 보여주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편 광주 서구의회는 전체 13명의 의원 중 민주당 소속이 9명, 민주노동당 3명, 무소속 의원이 1명이다. 17일 서구의회는 김희주 부의장의 부의장직 사임 동의안을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