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장마가 국지전 양상으로 지리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 가정은 모두 평안하신지요.
2001년 2월 창간된 <시민의소리>가 벌써 8년째를 맞았습니다. 끊어질 듯 사그라질 듯 하면서도 지금껏 명맥을 유지해 올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독자 여러분의 성원 때문이었습니다.
지역에서 바른 목소리 내는 신문 하나 지켜야 한다는 독자들의 후원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시민의소리> 구성원들을 다독이는 큰 힘이 돼 왔습니다. 다시 한 번 편집국을 대신해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최근에 <시민의소리>는 지면개편과 함께 12면에서 4면을 늘려 16면 발행이라는 ‘모험수’를 던졌습니다. 지역 일간지들이 발행면수와 부수를 줄이고 통신사 기사전제를 끊는 등 축소 경영을 하는 판에 어떤 분은 이번 조치에 ‘든든한 후원기업이라도 생긴 것이냐’고 은근히 물어 오시더군요.
저희라고 뾰족한 수가 있겠습니까. 더 이상 졸라맬 허리띠가 없음에도 ‘꼭 필요한 신문으로 살아남자’는 생각에 없는 살림을 줄여 무리한 발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시쳇말로 ‘마지막 용을 쓴다’고나 할까요.
얼마 전 신문 1면 하단에 나갔던 문광부 추진단 광고를 두고는 적지 않은 홍역을 치러야 했습니다. 정치적인 광고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경영난 때문에 두 눈 딱 감고 실었더니 여기저기서 “<시민의소리>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질책이 무섭게 쏟아졌습니다.
눈물이 핑 돌만큼 정신이 번쩍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서운한 마음도 없지 않았습니다. 도청별관 철거 논란에 어느 신문보다 열심히 썼는데 그 공은 차치하더라도 졸지에 지각없는 신문으로 몰렸으니 말입니다.
민주노총이며 전교조며 진보정당이며 진보진영의 목소리를 빠트리지 않고 담으려 현장을 뛰는 기자들의 노고도 “인터넷으로 기사 잘 봤다”는 공치사에 어깨가 축 늘어집니다.
술자리에서 만난 중견 시민단체 활동가 한 분은 “<시민의소리> 하나 만큼은 지역에서 키워야 한다”는 동석자의 격려 말에 “재주껏 살든지 죽든지 하는 거지 그런 게 어딨냐”며 퉁박을 주더군요.
“일간지와 경쟁에서 이겨내면 되지 않느냐”는 말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저희처럼 몸피 작은 신문사에겐 언제나 버거운 주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느 단체나 집단도 자신들이 하는 일이 사회발전에 보탬이 된다는 신념을 갖고 일을 합니다. <시민의소리>역시 공기(公器)의 사명으로 서민들과 약한 이들의 언로를 틔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광주는 사실 ‘민주화의 도시’라는 수식어만큼 의사소통이 잘 된다기 보다 거의 불통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히려 꽤나 보수적이고 신선한 자극들을 벽안시하는 폐쇄성을 갖고 있지요. 이 때문에 시민들의 목소리는 기성언론의 일관된 논조에 묻히기 일쑤고 지자체와 토호의 주장만이 광주 전체의 여론인 듯 빈산에 메아리칩니다.
건설사들의 이해를 대변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신문 말고 광주사회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하는 신문 하나 가지는 일이 그렇게 요원한 일일까요. 지방분권이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막아야 한다면서도 진보 성향의 중앙지 어려운 줄만 알지 고사 직전인 지역 언론은 왜 먼 산 보듯 하는 것일까요.
<시민의소리>가 마지막 힘을 내고 있습니다. 맞잡아 오는 손이 분명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말입니다. 밀렸던 구독료도 납부해 주시고 주위 분들에게 한 부씩만 더 권해 주십사 당부도 드립니다. 꼭 물질적인 후원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더 나은 신문을 위해 독자들의 좋은 생각도 원고로 보내주십시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E.F. 슈마허의 저작처럼 ‘작지만 인간적인 얼굴을 한 신문’으로 남겠습니다. /김경대 편집장
<편집국에서 부치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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