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모임, 도쿄 금요행동 2주년 맞아 공동시위
미쓰비시 본사에 사과와 배상 촉구 항의문 전달
미쓰비시 본사에 사과와 배상 촉구 항의문 전달
지난달 31일 오전 일본 도쿄 미쯔비시 중공업 본사 앞. 한국과 일본의 시민단체 회원들이 근로정신대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미쯔비시 중공업을 규탄하는 항의집회를 열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대표 김희용·이하 시민모임) 회원 10명과 일본 나고야 미쯔비시 근로정신대 지원회(회장 다카하시 마코도·이하 지원회) 회원 13명이 그 주인공들.
이들은 이날 오전 6시30분 나고야에서 신칸센을 타고 1시간 30분을 달려 도쿄 시나가와 역에 도착했다. 역사는 출근길 인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그 누구하나 시위대에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마치 투명인간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다. 불편한 진실에 대한 의도적인 외면일까? 아니면 무관심일까? 표정 없는 맨 얼굴 뒤에 감춰진 그들의 속내가 자못 궁금했다.
지원회 회원들이 부지런히 유인물을 권유해보지만 차마 내민 손이 민망할 지경이다. 정작 반성해야 하는 것은 저들인데 왜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하는지 한숨이 절로 났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에 내내 시달렸다.
그래도 지원회 회원들은 여전히 씩씩했다. 절로 고개가 숙여질 지경이다. 어떤 것이 일본의 참모습일까? 가해자 일본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하면서도 피해자 일본을 도드라지게 강조하는 그 이중성에 치가 떨린다.
미쯔비시 본사 건물 안에서는 청원경찰 한명이 나른한 시선으로 시위대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할 뿐이다. 계속되는 적막과 고요. 차라리 희망보다 절망이 가깝게 느껴진 시간이었다.
오전 10시30분. 미쯔비시측 관계자와 면담을 갖고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는 항의문을 전달했다. 시민모임은 ‘(주)미쯔비시 중공업에게 고함’이라는 글을 통해 “65년 전 나라를 빼앗긴 13살 어린 소녀의 망가진 꿈”을 상기시키며 지난달 25일 타계한 고 김혜옥(79) 할머니의 사망사실을 알렸다. 김 할머니의 죽음에 대한 미쯔비시 중공업의 책임론을 정면에서 거론한 것이다.
또 “(김 할머니가) 여자로서 온전한 가정한번 꾸리지 못하고 병마에 신음하며 고통의 한생을 마감하는 동안 미쯔비시는 지금까지 미동 한번 없었다”며 “이제부터 1등 전범기업 미쯔비시와 대를 이은 투쟁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미지급 임금에 대한 청산도 요구했다.
시민모임은 “비단 근로정신대 할머니들뿐 아니라 미쯔비시에 끌려가 강제노역을 당한 우리 조상들만 10만여 명”이라며 “미쯔비시가 최소한 기업윤리와 도덕성이 남아있다면 피해자들이 살아있는 동안 스스로 잘못을 참회하고 응당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도리”라고 밝혔다.
광주 효광중 김선호 교장은 시민모임을 대표해 “미쯔비시가 도덕적 하자가 없는 기업으로 세계에 홍보되기를 바란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나고야 고등재판소에서 요구하고 권고한 사항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김 교장은 또 “미쯔비시가 사실확인과 증거를 요청하면 관련자료를 제출하고 더 확인해서 새로운 자료를 줄 수도 있다”며 “문제해결이 늦어질수록 미쯔비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경고했다.
항의문을 전달한 후 시민모임과 지원회는 잠시 자리를 이동해 시나가와 역 입구에서 아침이슬을 부르며 선전전을 계속했다.
테라오 테루미 지원회 공동대표는 “지원회가 일본정부를 상대로 싸우고 있는 것을 광주시민이 오히려 지원해주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의 민중들이 인권과 평화를 위해 공동으로 투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시민모임은 도쿄 금요행동 2주년에 함께 하기 위해 지난달 29일부터 1일까지 일본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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