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아소 총리 국회답변기록…미불금과 별개
정부, 공탁금 공식확인 불구 대일 청구권행사 미온
정부, 공탁금 공식확인 불구 대일 청구권행사 미온
일본정부가 식민지피해 보상명목으로 무상 제공한 3억불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미불임금과 별개임을 보여주는 일본 측 문서가 공개돼 파장이 예상된다.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대리해 정부를 상대로 공탁금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인 최봉태 변호사는 최근 일본으로부터 아베 신조 총리의 2006년 12월20일 국회답변 기록을 입수해 공개했다.
‘조선인 노무자 등에 대한 미불금 등의 취급에 관한 질문 답변서’에는 “일본정부가 제공한 무상자금이 한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기록돼 있다.
이에 따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돌려받지 못한 미불금의 존재를 공식인정하면서도 대일 청구권포기 의사를 밝힌 정부의 태도에 비난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통상부는 지난 7월24일 “현재 일본은행에 공탁형식으로 보관돼 있는 한국인 노무자의 공탁금액은 2억1514만7000엔이며 강제동원 군인·군속의 미불금은 9131만6115엔”이라고 확인해준 바 있다.
하지만 외통부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공탁금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을 통해 일본으로부터 받은 무상 3억불에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며 “일본정부에 대해 청구권을 행사하기는 어렵다”고 말해 해결의지가 없음을 보여줬다.
최 변호사가 입수한 문서에는 후쿠시마 미즈호 참의원이 2006년 12월14일 내각에 답변을 요구한 조선인 노무자 등의 미불금 취급에 대한 질문주의서와 아베 총리의 국회답변 내용이 담겨 있다.
당시 후쿠시마 의원은 대정부 질문을 통해 ▲한일조약 청구권 협정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등에 대한 보상 ▲일본은행에 보관된 미불금 ▲무사생환자에 대한 보상 등 세 가지 주제, 10개 항목의 답변을 요구했다.
후쿠시마 의원은 문서에서 “조선인 노무자 등에 대한 미불금 취급에 대해 내각에 질문했지만 ‘현 시점에서 공탁물에 대해 특별한 조치를 취할 것을 계획하고 있지 않으며 공탁물의 보관을 계속할 계획이다’고 답변하는 등 안타깝게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고 언급하고 있다.
주요 질의와 답변을 살펴보자.
먼저 ‘1965년 한일조약 청구권협정의 무상자금에 강제징용에 대한 보상지불이 포함됐는지 여부와 포함됐다면 어느 정도나 되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아베 총리는 답변에서 “무장자금을 포함한 한일청구권, 경제협력협정을 기초로 한 경제협력이란, … 한일 간의 역사적으로 특별한 관계를 고려하고 이후 양국 간의 우호관계를 확립해야 한다는 대국적 견지에 입각하여, 한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무상자금이 ‘경제협력자금’이라는 사실을 시인한 것이다. 답변 어디에서도 조선인 노무자들의 ‘미불임금’을 언급한 문구는 찾아볼 수 없다.
다음은 ‘한국 측에 제출한 무상자금 안에 미불금을 포함한다는 논의가 있었는지 여부와 미불금 반환방법을 협의했는지 여부’에 대한 답변이다.
아베 총리는 “1965년 국교정상화 당시, 한일청구권, 경제협력 협정이 체결됐지만 그 상세한 논의내용에 대해서는 북일 간 협의에 주는 영향 등을 고려해 답변을 삼가고 싶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는 무상자금의 실체를 보여주는 확실한 정황적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일본정부가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어느 일방만을 대상으로 청구권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겠느냐는 의문이 그것이다. 만약 정부의 주장대로 무상자금에 미불금이 포함돼 있다면 한일협정이 북한 피해자들의 청구권까지 소멸시키는 ‘자가당착’의 오류에 빠질 수밖에 없다.
또 아베 총리가 “공탁물에 대해 특별한 조치를 취할 것을 계획하고 있지 않으며 공탁물의 보관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힌 점도 음미해볼 대목이다. 만약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미불금 문제가 해결됐다면 일본정부가 굳이 공탁물의 보관을 계속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최 변호사는 “일본정부가 공탁금을 현재까지 보관하고 있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며 “그런데도 정부가 청구권 포기의사를 보인 것은 일본이 보관중인 공탁금을 하루라도 빨리 국고로 귀속시키라고 부추기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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