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미쳐야 돼요”
“영어? 미쳐야 돼요”
  • 최유진 기자
  • 승인 2009.09.2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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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학생 영어 말하기 경시대회’ 대상 수상자 박유진양

▲ 지난 13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예능교류협회 주최의 ‘2009 대한민국 학생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박유진양(전남대 유아교육과 3).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그것도 모자라 대학교 때도 영어책 붙들기를 수 해. 그뿐인가? 요즘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유치원·어린이집·사립 학원에서 알파벳과 기본 영문장은 떼고 가는 것이 추세다.

누구나 한 번쯤 “영어 좀 못 한다고 굶어 죽는 거 아니잖아”라고 말하거나 “영어 점수에 목메는 사회가 싫다”라고 반항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고등 교육을 마친 사람이라면 최소 6년 이상 영어에 노출됐지만, 외국인 ‘울렁증’을 이겨내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당연히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지난 13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예능교류협회 주최의 ‘2009 대한민국 학생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박유진양(전남대 유아교육과 3)의 영어 실력 비결은 무엇일까.

대회 심사위원들은 유진양의 발표(주제 ‘우리나라의 나이 문화’)가 정확성, 유창성, 발음, 표현력 부문에서 탁월했다고 평가했다.

혹시 조기 유학을 다녀왔거나, 고액의 영어 수업을 받은 경험이 있거나, 열성적인 부모님의 등살에 못 이겨 쌓인 실력은 아닐까.

그녀는 어릴 때부터 영어를 좋아했다고 말했다. 한국어와 다른 타국 언어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하지만 입시 과정을 거치면서 점수 올리기 식의 영어 수업에 더는 흥미를 갖지 못했다. 대학에 진학하고 2년이라는 기간에 영어를 손에서 완전히 놓아버렸다.

그러다가 2학년 2학기에 영어 교육과를 복수전공하면서 토익이나 취업을 위한 영어공부가 아닌 듣기와 말하기 중심의 영어 공부를 발견, 흥미가 생겼다. 이후 기본적인 실력에 가속이 붙었다.

유진양은 “언젠가 TV에서 영어 회화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70대 할아버지가 나오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어요. 그 할아버지가 말씀하셨어요. 미치지 않으면 영어를 잘할 수 없다고요.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무언가에 미치지 않으면 잘할 수 없어요”라고.

그녀는 평일에도 매일 2시간씩 영어 뉴스나 미국 시트콤 등을 보고 듣는 일이 일상이다. 해석이 아닌 ‘소리’ 중심의 자율학습이 그녀만의 수업이다. 직접 써먹고 싶은 내용을 작문하고 소리 내 말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유명한 교재나 강의보다 스스로 재미를 느끼고 하는 공부이기 때문에 실력도 조금씩 느는 것 같다고.
또 한순간 많은 양을 하는 것보다 꾸준히 조금씩 하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영어 실력의 비법이다.

“영어에 스트레 스받는 성인들이 ‘활용할 수 있는 영어’에 재미를 느끼고 목표를 두고 공부한다면 어려서부터 꾸준히 해온 사람 못지않게 멋진 회화 능력을 구사할 수 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솔직한 본인의 경험담이다.

이십 대 젊은 청춘 유진양이 생각하는 꿈이란 무엇일까.

“주변에 재학생이나 졸업한 선배들을 보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거나 뚜렷한 희망 없이 남들을 쫓아가는 것 같아요”라고 아쉬움을 표현하며 “휴먼 다큐멘터리 같은데 보면 힘들어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꿈을 찾는 과정은 어렵겠지만 몇 년이 걸리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고, 포기하지 않는 대학생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혹시 어학연수 다녀온 적 있나요?”라는 마지막 질문에 그녀는 해맑게 웃으며 답했다.

“비행기는 제주도 갈 때 한번 타본 게 전부인 걸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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