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의 20세기는 끝나지 않았다”
김현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의 말이다.
영국의 마르크스주의 역사가 에릭 홉스봄은 20세기가 1914년 1차 세계대전에서 시작돼서 1991년 종말을 고했다는 의미에서 ‘짧은 20세기’라고 불렀다.
에릭 홉스봄의 정의에 비춰 볼 때 한반도의 냉전구조가 지속되는 한, 동북아의 20세기는 계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쟁과 냉전구조로 얼룩진 동북아의 20세기를 마무리 짓고, 동북아 평화 정착을 위한 새로운 21세기를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까. 동북아 평화체제 유지와 한반도 비핵평화를 위한 해결책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이 같은 물음에 대한 대안을 찾기 위해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대전환’이라는 주제의 2009 광주평화회의가 지난 23일 KT 전남본부 3층에서 열렸다.
평화회의 1부에서 김연철 한겨례 평화연구소장은 ‘남북미 삼각관계와 한반도 비핵화’를 주제로 발제문을 발표했다.
김 소장은 급변하는 동북아의 정세를 긍정적으로 예상했다.
‘핵 없는 세계’를 외교목표로 삼은 오바마 행정부와 북한의 외교 협상의 필요성, 일본 민주당의 동북아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한 전망이다.
김 소장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반도의 적대관계 청산과 평화체제 확보가 시급하다”며 “남·북·미 3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김경일 북경대 교수는 동북아 평화안보체제에 대한 중국의 전략과 목표를 진단했다.
김 교수는 “안정과 평화를 이룬 통일된 한반도의 모습은 중국에게 최적의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며 “이 때문에 중국 역시 대한반도 정책에 한반도 비핵화 등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2부 회의에서는 김영호 일본 히로시마 시립대 교수와 티모시 새비지 노틸러스아리 부대표가 각각 ‘일본 민주당의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 ‘오바마 행정부의 동북아 전략과 동아시아 공동체’라는 주제로 발제를 이어 갔다.
티모시 새비지 부대표는 ‘국제관계의 방향 전환’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오바마 집권은 전 세계 활동가들에게 기회”라며 “핵군축에 대한 강한 의지와 기후변화 해결 의지를 보인 유일한 미국 대통령이다”고 말했다. 동아시아 시민들은 지금의 기회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대표는 ‘동북아 대전환을 위한 제언’이라는 주제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연결고리를 찾아내 선순환적 문제 해결과 공동의 비전을 창출할 것을 주문했다.
정 대표는 “국익 혹은 정권의 이익을 추구하는 정부의 정책결정과 국가 간 협상에서 의제 설정이나 그 이행이 협소해지고 그 결과 역시 보편성을 띠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이 국제 시민사회로부터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시민사회의 역할이 정부의 정책을 감시·비판하는 수준을 넘어 의제 설정 및 관철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부의 외교안보정책 결정과정에서 여론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고, 6자회담의 미래에 대해 아이디어의 공백 상태에서 시민 사회의 개입 여지가 크다”며 “네트워크 시대에 가장 중요한 힘은 ‘관계’에서 나온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