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열린 친일인명사전 발간 보고대회에 생기발랄한 10대 청소년들이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전남 담양군에 있는 대안학교 한빛고등학교 학생 4명이 참가한 것.
이들은 문예창작 수업 시간에 과목 담당 선생님이 “친일인명사전이 발간됐는데, 서울에서 보고대회를 한다”며 “광주에서도 참가단이 올라간다. 가고 싶은 사람 있니?”라는 물음에 적극 참가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날 참가한 학생은 1학년 임근홍, 임보아, 박해오름, 변정인으로 모두 같은 반 친구들이다.
임근홍군은 “제대로 친일 청산을 하지 못해 지금까지도 정치·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을 보면 너무나 부끄럽다”며 “친일문제를 조사하고 바로잡는 일은 후손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참가 계기를 설명했다.
임군은 이어 “‘친일인명사전’발간 등 친일 행적과 관련된 사건들을 바로잡으려 할 때마다 ‘정치적인 의도가 있지 않느냐’고 따져 들기보다, 과거의 잘못됐던 행적을 밝히는 가치 있는 일로 평가하는 게 옳은 일이다”고 말했다.
박해오름양 역시 “학교에서 사용되는 역사 교과서가 주로 ‘가해자의 입장에서 쓰였다’고 선생님께 들었다”며 “식민의 역사나 약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 잘못된 역사적 기록이 있을 때 바로 잡아서 가르치고 배우는 일이 진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고 동조했다.
변정인군은 “역사적인 사실을 단순히 외우기보다 다양한 근거와 자료를 통한 확인해야 한다”며 “또 한 줄로 쓰인 역사적 사건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일화)들이 있고 다양한 관점으로 평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학교 대부분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다”고 실상을 전했다.
그는 “교실 안이 아닌 직접 현장을 찾는 체험학습이나, 역사적 배경에 대한 교사들의 다양한 설명이 어우러진 수업, 또 학생들의 토론, 연극 등 다양한 수업 방식이 더 좋은 교육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한국 역사의 한 부분으로 장식될 ‘친일인명사전’ 발간 보고대회에 참가하게 된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는 소감도 덧붙여졌다.
한빛고의 교육 이념과 교과 과정이 청소년기의 아이들에게 다양한 철학적 과제를 던져주고 있을 뿐 아니라 성숙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임보아양은 “지난 학생의 날(11월 3일)에는 결의문을 읽고, 연극도 하며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었다”며 “굳이 외우지 않더라도 경험을 통해 지식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