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주민 한숨만’
4대강 사업 ‘주민 한숨만’
  • 최유진 기자
  • 승인 2009.11.13 2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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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삽 뜬 승촌보 건설 현장 가보니
사전예고 없이 경작금지 일방 통보…주민들 당장 생계 걱정

“공사가 이미 시작됐는데 이제 뭘 어쩌겠어요”

나주시 노안면 학산리 봉호마을 나문식 이장의 탄식이다.

지난 12일 마을 앞을 가로지르는 영산강 줄기 너머로는 ‘승촌보’ 건설을 위해 포크레인 1대와 불도저 1대가 굉음을 내며 땅을 파헤치고 고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전남 나주시 노안면 학산리 학산교 인근에서 승촌보 건설을 위한 가물막이 공사가 진행중이다. 야당과 환경단체의 비판 그리고 국민 70%의 반대 여론에도 이 사업이 계속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오는 24일 열리는 착공식을 위한 사전 준비작업. 제방 둑과 공사현장 주변으로는 ‘돌미나리 주산단지 토지수용 결사반대’라고 적힌 색색의 깃발과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있었다.   

현 정부의 ‘4대강 살리기’사업에 편입된 이 지역은 지난 10월부로 하천변 부지를 점용해 지어오던 미나리 농사가 전면 금지됐다.

나 이장은 “공무원들이 와서 더 이상 영산강에 미나리 파종을 하지 말라고 했다”며 “나라에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지만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하루아침에 생계를 이어나갈 터전이 없어질 판인 농민들은 4대강 사업이 썩 달갑지 않은 기색이었다.

▲현 정부의 ‘4대강 살리기’사업에 편입된 학산리는 지난 10월부로 하천변 부지를 점용해 지어오던 미나리 농사가 전면 금지됐다.

마을 가게에서 만난 한 주민은 “하천부지 점용 허가가 있는 이들은 그나마 보상이라도 받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길바닥에 나앉게 됐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환경부는 국토해양부 산하 각 국토관리청과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이뤄지는 61개 공구 634km 구간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지난 6, 7월 사전환경성 검토 협의가 완료된 이후 평가서 초안에 대한 주민공람 및 설명회, 관계기관 의견수렴, 12차례 환경평가단 자문회의 등 법적 절차를 충분히 거쳤다고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만난 주민들마다 “공사에 관해 제대로 들은 바가 없다”고 해 충분한 주민 설명회가 있었는지 의구심이 들게 했다.

봉호마을 입구에서 만난 한 주민은 “벌써 개발 바람이 불었다”며 “정확히 누구라고 말은 못해도 공무원들조차 보상을 바라고 그 근처에다 땅을 사 놓았다더라”며 평화롭던 농촌에 불어 닥칠 보상 마찰을 우려했다.

29년째 미나리 농사를 지어온 고광용씨(59·학산리)는 “대통령 한 명하고 5천만 국민이 싸우는 일인데 못 이기고 있다”며 “이제 너무 늦은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 나주시 노안면 학산리에서 29년째 미나리 농사를 지어온 고광용(59)씨가 “대통령 한 명하고 5천만 국민이 싸우는데 이길 방법이 없다”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미나리 작업장 앞은 지난 10일부터 ‘4대강 살리기’사업에 편입된 승촌보 공사를 위해 포클레인과 불도저가 들어왔다. 고씨는 정부의 방침으로 더 이상 강하천에 미나리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됐다.

고씨는 “대통령이 ‘4대강 살리기’가 일자리 창출에 효과가 있다고 했는데 까놓고 보니 건설사들, 포클레인 기사들 밥 먹여주는 일자리 창출이었다”고 일침했다.

옆에서 미나리 수확작업을 돕던 그의 부인 임금자씨(52)가 맞장구쳤다.

“그것뿐만 아니다. 젊은 사람들도 떠나고 갈수록 농촌 살이는 팍팍해지는데 서민 정책은 뒷전이고 멜 없는 강바닥만 뒤집는다고 난리다”면서 “대통령에겐 우리 같은 없는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곳에선 승촌보 건설로 인한 가뭄 대비의 효과나 강바닥을 파내는 등 하천 정비 사업으로 인한 수질 향상에 대한 기대도 없었다.

미나리 작업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영산강을 깨끗하게 만들겠다고 하면 광주에서 흘러나오는 하수나 폐수부터 관리하는 게 먼저다”고 주장했다.

임낙평 광주환경운동연합 의장은 “영산강 본류 전역과 지석천, 황룡강 등에 충분한 환경영향평가와 주민 설명회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국민 70%에 달하는 반대 여론을 몰아 법적 대응으로 공사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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