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08년 6월 12일 문화와 예술을 통한 재래시장 활성화 시범 사업의 하나로 수원 못골시장과 강릉 주문진시장을 선정했다. 침체한 재래시장을 따뜻한 정취와 북적이는 흥이 있는 문화체험공간으로 활성화하겠다는 목표다.
대인시장 역시 다양한 예술 행위의 지원, 작품을 설치·전시해 예술의 생산·전시·판매가 동시에 이뤄지는 ‘문화특화단지’로 거듭나기를 꾀하고 있다. 재래시장 경제 활성화라는 목표도 있겠지만, 애초 ‘문화·예술’ 자체를 ‘우선’에 두고(아시아문화중심도시사업의 일환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시민과 작가의 소통 공간이 태동했다는 데에 남다름이 엿보인다.
박성현 대인시장예술프로젝트(이하 프로젝트) 총감독은 “전시 위주의 문화 공간을 탈피해 시장 안에서 작가의 목소리를 내고, 화합을 만들어가는 일 자체가 어려운 시도였다”며 “기본적으로 상인은 상행위에 목적이 있기 때문에 시간·공간적으로 소통하기가 쉽지 않다”고 심정을 밝혔다.
하지만 프로젝트는 삶을 살아가면서 놓쳐버린 흔적들 그리고 시장 상인들의 노동 자체에서 감성을 끄집어내기 위한 노력이 전반적으로 엿보였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뒤따르고 있다.
때론 예술가를 바라보는 상인과 시민의 시선과 잣대가 가혹했지만, 이 또한 문화도시의 저변 확대를 위해 거쳐야 할 필수적 과정인 것이다.
박 감독은 “예술에 밀려 존재감이 박탈될 수 있다는 상인들의 위기의식도 괜한 걱정이 아니었다”며 “모든 관계 맺음은 위험 요인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예기치 못한 불편한 관계와 상황에 직면했을 때 힘겹더라도 잘 풀어나가야 하는 역할 역시 작가의 몫이라는 지적도 덧붙여졌다.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은 자기 자신을 돌이켜보는 시간이다. 이 과정에서 상인들이 지닌 생활의 미학들이 흡수되고, 존중돼 작품과 생활에서 풀어진다면 적절한 이해지점이 마련될 수 있다.
그는 “사람에 대한 이해라는 면에서 외부인과 내부인 모두 편견과 오해보다는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슬기롭게 대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로젝트를 통해 작가들의 무조건적인 희생이 강요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상인 역시 마찬가지다. 시장이라는 매개 공간을 통해 서로의 ‘실존’을 확인하는 공동체의 장으로 거듭나야 하는 내부적인 과제가 있다. 이 때문에 외부와의 피드백이 소홀해질 수도 있다.
박 감독은 “여러 행사 진행하다 보니깐 전체적으로 총괄해 평가하는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며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숨 고르기를 통해 더 나은 내년을 계획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상인과 협력 및 참여, 사업의 지속성 등의 효과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프로젝트에 관한 장기적인 로드맵이 선행돼야 한다. 필요만큼의 자율성도 요구된다.
박 감독은 “문화 활동을 지원하고 계획하는 데 세부조례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공공 기관이 원칙적이고 일괄적인 잣대를 들이밀어 지원하면서 문화 사업이 경직된 측면도 없지 않아 있다”고 지적했다.
“모든 문화 프로젝트는 각각의 특징과 설정된 목표가 존재한다”며 “대인시장 역시 이곳 환경 필요에 맞춘 지침(조례)이 마련돼 소모적인 문화 사업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왜 하는가!’라고 반문하다 보면 예술가, 상인, 시민 모두가 필요한 공간이 될 것이다”며 총감독으로서의 의지와 프로젝트에 대한 애정 어린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