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연극 수업하며 제가 배우고 있어요”
“장애인과 연극 수업하며 제가 배우고 있어요”
  • 최유진 기자
  • 승인 2009.12.07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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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지적장애인 극단 ‘무지개’ 책임강사 원광연씨(아트컴퍼니 圓 대표)

지적장애인 극단 ‘무지개’의 배우들은 작년부터 사회적응력 향상과 표현력 증진을 위한 연극교육 프로그램(사업평가 및 협력 기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 ‘에코와 나르키소스’ 정기 공연에 앞서 작년 말에는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상연해 지역민에게 큰 찬사를 받았다.

이들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책임강사 원광연씨(아트컴퍼니 圓 대표)의 노고가 컸다. 원 씨를 비롯해 지역 연극계에서 활동하는 김종필 씨(극단 연인), 채희영 씨(극단 청춘)도 강사로 나서 올해 4월부터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 원광연 지적장애인 극단 ‘무지개’ 책임강사.

원 씨는 수업을 통해 “지적장애인 대부분은 소극적인 대인 관계 행동에 문제가 있는 데 그 부분에 가장 큰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일차적으로 연극을 위한 수업이긴 하지만 일상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긍정적 효과도 거두었다는 설명이다. 수업 횟수가 더해 갈수록 배우들의 발음도 좋아지고, 자신감 없던 목소리도 또렷하게 바뀌었다.

수업은 매주 주제를 선정해 반복 형식으로 진행됐다. 호흡 연습, 발음 교정은 연극을 위해 기본적으로 숙련해야 하는 교육과정이었다. 하지만 장애 특성상 딱딱한 수업보다는 자유로운 ‘놀이’ 형태로 진행해야 했다.

감정을 넣어 시를 낭송하거나 노래를 부르면서 발음을 교정하고, 느낌을 표현하는 다양한 방법을 익혔다.

또 단어 맞추기 놀이, 역할 놀이 등 연극 활동에 기초적인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면서 퍼즐을 맞추듯 하나의 연극 작품을 만들어 나갔다.

원씨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은 단순한 연극 수업의 의미를 뛰어 넘는다”며 “가르치기보다 오히려 그들에게 배우는 게 더 많았다. 장애에 대한 사회적 공감을 넓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극단 ‘무지개’는 연극 대사를 작성하거나 동작을 정할 때에도 일일이 강사와 배우가 상의하면서 결정한다. 배우들의 머릿속에서 직접 나온 내용들이야말로 실전(연극 공연)에서 가장 잘 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씨가 엠마우스산업을 비롯해 지역에서 장애인 연극 수업을 4년째 진행해 오면서 나름의 아쉬움도 있었다.

그는 “모르긴 몰라도 여타 시설이나 집에서 온종일 지내면서 이런 경험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장애인들이 많을 것이다”며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생겨 장애인들도 비장애인 부럽지 않을 만큼 다양하고 즐거운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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