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택쥐페리의 <어린왕자>는 읽을 때마다 그 느낌이 새롭다. 이번 <어린 왕자>와의 만남에서는 약한 존재에 대한 지극한 애정과 연민이 가득 스민 7장과 마지막 장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바로 이 대목이었다.
‘내가 유별난 꽃을 알고 있다고 쳐봐. 오직 내 별에만 있고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꽃이야. 그런데 어느 날 아침에 어린 양이 그 꽃을 단 한 입에 먹어 치울 수도 있어. 아무 생각 없이 말이야. 이게 중요한 일이 아니야?’ 어떤 소년이 어떤 꽃을 사랑한다고 상상해봐. 수백만 다른 별 어디에도 그런 꽃은 단 하나도 없다고 상상해 봐. 그러면 그 아이는 별들을 바라보며 행복해할 거야. 내 꽃이 저기 어딘가에 있어, 라고 중얼거리겠지. 하지만 양이 그 꽃을 먹어버리면 어떻게 되겠어? 그 소년은 별빛이 모두 사라져버린 것처럼 느낄 거야. 그런데 그게 중요하지 않다고?’
어린 왕자는 지구 여행의 끝자락에서 만난 뱀의 도움을 받아 지구에 도착한 지 일 년이 되는 날 다시 자신의 별로 돌아간다. 그 마지막 순간을 숨죽이며 지켜본 소설의 1인칭 화자인 ‘나’는 어린 왕자가 지구를 떠난 뒤 양이 꽃을 먹어버렸는지 모른다고 걱정한다. 그리고 독자인 어른들을 향해 이렇게 외친다.
“양이 꽃을 먹었을까, 안 먹었을까?” 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그러면 여러분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일이 이토록 중요한 일이라는 것도 어른들은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실없는 얘기가 되겠지만, 만약 나에게 대통령을 뽑을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 주어진다면 <어린 왕자>를 읽고 독후감을 써보라고 주문하고 싶다. 양이 꽃을 먹었을까, 안 먹었을까? 그 물음이 중요하지 않은 사람은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MB라는 이니셜로 통하는 우리의 대통령은 어떨까? 여러분도 <어린 왕자>를 읽고 자신을 한 번 시험해보시기 바란다. 나는 평화의 사람인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