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크리스마스 만들기 대작전
행복한 크리스마스 만들기 대작전
  • 최유진 기자
  • 승인 2009.12.18 2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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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2009 사랑의 몰래 산타 학교
600명 자원봉사자 24일 저소득가정 등 방문

“가장 중요한 건 시치미 떼고 연기를 하는 거예요”

“‘아저씨 가짜죠?’ ‘산타 할아버지 아니죠?’라고 짓궂게 묻더라도 푸근한 목소리로 ‘호호호’ 웃으면서 ‘OO야~ 메에~~~리 크리스마스~’라고 해야 합니다. 아셨죠?”

산타 할아버지 복장을 한 한상근 강사(광주·전남청년단체협의회 회원)가 자원봉사자들에게 산타 연기 연습을 시키느라 목청을 높이고 있다.

지난 16일 저녁 7시 30분. 조선대학교 생활협동조합 대강당에서 열린 ‘2009 사랑의 몰래 산타(이하 몰래 산타)’ 사전 모임 및 교육 현장이다.

대강당 로비에선 캐럴에 맞춰 안무 연습을 하는 ‘율동 산타’ 모임이 진행 중이다.

“루돌프 사슴 코는 매우 반짝이는 코, 만일 내가 봤다면 불붙는다 했겠지”

자리에서 팔짝팔짝 뛰며 손을 위아래로 내젓고, 엉덩이를 뒤로 쭉 빼기까지. 처음 만난 사람들과 다소 민망한 자세를 연출해야 하지만 부끄럼은 저 멀리 날려버렸다.

▲ 크리스마스이브에 저소득·차상위 가정, 한부모 가족 등 지역 소외계층을 찾아 떠나는 산타들의 예비 모임이 지난 16일 조선대 생활협동조합 건물에서 열렸다. 2009 사랑의 몰래 산타에 참가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캐럴에 맞춰 율동 연습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방문할 곳에서 보여줄 공연이기 때문에 속옷까지 땀으로 흠뻑 적셔가며 연습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오는 24일 광주지역 저소득층, 차상위 계층, 한부모 가족 등 210개 가정과 근로정신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모임, 샤론의 집, 로렌시아, 지역아동센터 등 시설 15곳을 방문할 예정이다.

광주·전남청년단체협의회(이하 남청)를 주축으로 구성된 전체 참가자 600여 명은 이날 조별로 나뉘어 마술과 풍선아트를 배우거나, 천연비누를 만들었다. 방문할 가정과 시설을 위한 빈틈없는 준비다. 지역아동센터 사회복지사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이 원하는 선물을 미리 알아내 구입해 놓는 일도 빼놓지 않았다.

예비산타 최미옥씨(빛고을 아이쿱 생활협동조합 소속, 이하 생협)는 “솔직히 요즘 얘들 굳이 크리스마스가 아니더라도 갖고 싶은 것 말만 하면 부모님이 사주잖아요. 남부러울 것 없이 풍족함에 사는 아이들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도 많아요. 비록 일 년에 한 번 뿐이지만 추운 겨울에 마음만큼은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올해 몰래 산타에 동참하는 생협 회원들은 모두 35명. 원래 후원금만으로 봉사하려 했지만 회원 모두 직접 참가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특별히 회원 및 매장 이용객들이 물건을 살 때마다 적립한 포인트를 기부 받아 100개의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살 수 있는 금액을 모았다. 이와 별도로 ‘텃밭’ 운암점 사장님은 방문할 가정에 선물로 주라며 크리스마스트리 100개를 흔쾌히 내놓았다.

박종익 몰래 산타 광주본부장은 “갈수록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국가가 돌봐주지 않는 사람들에게 지역민이 자발적으로 관심과 정성을 쏟는 감동 실천이다”고 말했다.

덧붙여 “직접 빈곤층과 소외계층 가정을 방문함으로써 사회 문제에 관심이 생기기도 한다”며 “몰래 산타가 계기가 돼서 일상적으로 봉사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 2008년 사랑의 몰래 산타에 참가한 자원봉사자들이 지역 저소득층 가정을 방문해 풍선아트 공연을 선보여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결혼하고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를 특별하게 보내고 싶었다는 남기선(37), 김인영(31) 부부.

인영씨는 “2005년도에 처음 몰래 산타에 참가했었어요. 그동안 사느라 잊고 있었다가 올해부터 남편과 함께 다시 시작하고 싶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아내 성화에 반 강제로 끌려왔다는 기선씨도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처음 해보는 봉사 활동에 다소 들뜬 표정이었다. 기선씨는 빼는 듯싶더니 “보시다시피 제가 좀 통통하잖아요. 산타할아버지 연기를 하면 아이들이 깜빡 속을 것 같지 않나요?”라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송상록(전남대·2)학생은 “이전까지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거나 왁자지껄 놀면서 크리스마스를 보냈는데, 이번 기회에 남청 소속 지역 청년회에 가입도 했고 앞으로 남을 돕는 봉사에 재미를 부쳐볼까 해요”라고 말했다.

교육이 진행되는 동안 또래들과 장난을 치는 꼬마 예비 산타들도 눈에 띄었다. 장난꾸러기로만 보이던 홍현호(9·태봉초)군의 참가 소감은 대견스러움이 엿보였다.

홍 군은 “옛날엔 가족끼리 크리스마스를 보냈거든요. 이번 크리스마스는 더 보람차고 멋지게 보낼 수 있을 거 같아요. 왜냐면 일본 때문에 고통 받은 할머니들을 찾아가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선물도 줄 거거든요. 할머니들을 기쁘게 해드릴 거예요”라고 의젓하게 말했다.

박종익 본부장은 “몰래 산타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장애, 복지, 교육 등에 무관심했던 청년들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다. 나아가 정치적 참여를 이끌어 내기도 한다. 돈보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세상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몰래 산타는 남청 이외에도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 등 어린이 청소년 단체들도 별도의 팀을 꾸려 활동 중이다.

몰래 산타는 19일 오후 4시 광주공원에서 도청 일대까지 산타 퍼레이드를 진행하고, 24일 저녁 7시에는 전남대 후문에서 발대식을 갖고 조별로 나뉘어 3~4개 가정 및 시설을 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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