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는 ‘문화도시’”
“아무도 모르는 ‘문화도시’”
  • 최유진 기자
  • 승인 2009.12.2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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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규 교수…“시, 전략 세워야”

“서울역 앞에 가보면 지역 축제를 홍보하는 대형 광고판이 여기저기 붙어 있다. 하물며 작은 지역 축제도 홍보에 이렇게 열을 쏟는데, 국책사업이라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관련해서 다른 지역은커녕 광주시 안에서도 제대로 된 홍보물을 찾아볼 수 없다. 물어보면 모르는 사람이 허다하다”고 서준규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가 쓴소리를 뱉었다.

‘도시마케팅과 사회자본’에 관한 주제로 지난 21일 오후 광주대 호심기념도서관 5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제9회 빛고을사회자본포럼 자리에서다.

▲ 아시아문화전당 조감 모형물.

서준규 교수는 ‘도시마케팅과 도시이미지 창조’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시민조차도 모르는 국책 사업이 어떻게 국내·외를 아우르는 도시 마케팅 전략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라고 의구심을 띄우며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지역민으로부터 호응과 참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기본적인 참여도 끌어낼 수 없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앞날이 빤히 보인다”며 비판도 덧붙였다.

21세기형 도시 건설을 위한 시의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선 “타 도시와 경쟁에서 지속적으로 우위를 유지하기위해 무엇이 문제인지 분석하고, 그렇다면 무엇을 갖춰야 하는지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방안을 모색했다.

현재 시가 마주한 도시 개발에 대한 긍정·부정적 현상을 파악하고, 도시의 비전에 맞는 개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제주와 경주를 제외한 나머지 도시들이 그렇듯 광주 또한 무미건조한 도시 이미지를 가졌다”고 문제를 제기하며 “문화중심도시 사업이 이 문제에 획기적인 변화를 줄 가능성이 있다”고 의견을 덧붙였다.

서 교수는 도시 재생 사업에 성공한 영국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Glasgow)를 예로 들었다.

글래스고는 개도국과의 경쟁에서 밀려나면서 조선 및 중공업이 쇠퇴, 도시의 경제사회 전반이 침체한 도시였다.

1970년대 중반 심각한 도심 공동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비영리단체 Glasgow Action은 지역 환경을 쾌적하고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낡은 건물들이 문화, 예술, 레저와 관련된 시설로 바뀌었다.

도시정부 소유의 18세기 교회를 연극공연장으로 고치거나, 노후한 소방서와 술집을 레스토랑으로 개조, 도매상품 창고를 호텔로 바꿨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상업시설도 확대했다. 방치돼 쓰지 않는 건물은 회의와 전시를 위한 공간 또는 쇼핑센터로 재탄생됐다.

홍보에도 적극적이었다. 영국의 유명 광고회사인 Saatchi and Saatchi를 통해 ‘Glasgow's Miles Better’라는 홍보문구를 제작해 글래스고의 역동적인 변화를 국내외에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지역 주민들의 자긍심 증진에도 효과가 있었다.

서 교수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에 실질적으로 활동할 단체가 전무한 상태다”며 “추진단, 대통령 직속 조성위 등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주체적으로 활동한 주민의 관심과 참여를 유발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추진 주체끼리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거나 전문가를 확보해 활용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시급함을 언급했다.

▲ ‘도시마케팅과 사회자본’에 관한 주제로 지난 21일 오후 광주대 호심기념도서관 5층 세미나실에서 제9회 빛고을사회자본포럼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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