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엔 크라잉넛·노브레인 공연
지역에선 인기 있는 가수의 콘서트를 쉽게 접하기가 힘들다. 인프라가 부족하기도 하지만 어쩌다 한번 열리는 콘서트를 가려다가 입장료에 ‘헉’하고 놀라 문화 향유의 기회는 언감생심 접어두는 일이 다반사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KBS 광주방송총국이 2007년부터 노래와 토크가 어우러지는 공개방송 <콘서트 필(연출 김해룡)>을 제작해 근 4년간 매달 2회씩 지역민들이 만나기 어려운 인기 가수 공연을 통해 생생한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방송은 지난해 2월부터 지역 음악 프로그램으로는 처음으로 고화질 HD로도 송출되고 있다.
<콘서트 필>에는 자우림, 박정현, 김범수, 이은미, 이승환, 거미 등 라이브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가수를 비롯해 MC 스나이퍼, 다비치 등 인디와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200여 가수들이 다녀갔다.
싸이월드에서 운영 중인 ‘콘서트 필 클럽(club.cyworld.com/concertfeel)’에는 현재 6천여 명의 회원이 가입해 방청 신청과 공연 후기 작성, 향후 제작 방향에 대한 의견 제시 등 다양한 온·오프라인 활동을 갖고 있다.
부클럽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윤현기(24·대학생)씨는 “무료 공연이라고 하지만 공영방송이 지역민들에게 수익을 환원한다는 차원에서 쟁쟁한 가수들이 많이 초청되고 있다”며 “2년 전만 하더라도 객석 절반 채우기도 힘들었는데, 현재는 고정적으로 800여명 이상이 공개홀을 찾는다”고 인기를 전했다.
공개방송 특성상 방청권 배부와 입장 번호표를 받기 위한 쟁탈전도 치열하다.
방청권 배부는 인터넷 배부와 현장 배부로 나뉘는데, 일반적으로 녹화(매주 둘째·넷째주 수요일 저녁 8시) 10일 전 월요일에 광주KBS 홈페이지에서 로그인 후 신청해 다운로드 받는 인터넷 배부(800장)와 전남대 생활체육센터, 크리스피도넛 충장점, 브라운스 캐빈(충장로 학원 골목 옆), 광주KBS 정문에서 공연 1주일 전 수요일부터 나눠주는 현장배부(200장)다.
무료라고 하지만 엄연한 방송 녹화이기 때문에, 온라인 방청권을 다운 받고도 불참하면 다음 1달간(2회)방청을 할 수 없고, 이런 식으로 총 3회를 불참하면 본인의 이름으로 콘서트필 방청권을 다운 받을 수 없게 된다.
<콘서트 필>의 전신은 정은아의 <아이 콘서트>인데, 반응이 좋지 않아 폐지되는 불운을 겪었다. 이후 관객의 구미에 맞는 형태로 탈바꿈, 시민의 의견을 수시로 반영하고, 섭외 대상을 고려, 노래에 관련된 사연이나 프로포즈 소개, 지역 가수 준비생들이 사전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배려하는 등 다양한 무대 서비스로 지지층을 두텁게 넓혀가고 있다.
지난 2월 공개 방송에 다녀 온 최상아씨는 “지방에서 이렇게 좋은 공연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대단한 일이다”며 “광주 시민들도 자부심을 가지고 콘필(콘서트 필의 약칭)을 사랑하고 지켜나가야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남다른 애정을 밝혔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특집 공연때에는 단 20분만에 인터넷 방청권이 매진되는 유래 없는 인기도 누렸다. 최근 지난 1월에 가수 김연우가 공연에 오른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는 4시간 만에 마감됐다. 하지만 좋은 자리에 앉아서 공연을 즐기기 위해서는 방청권을 받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녹화 당일 오전 11시, 오후 5시 두 차례 열리는 번호표 배부(공연 입장 순서 번호)에도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방청권을 제시해야 번호표를 받을 수 있으니, 꼭 인터넷과 현장에서 배부하는 방청권을 지참해야 한다.
윤현기 씨는 “콘필은 일회적으로 좋아하는 가수만을 보기 위한 이벤트식 행사가 아니다”며 “갈수록 공연을 즐기고 공감하고 콘필을 통해 새로운 대중문화를 만들어가는 차원으로 변해가는 것 같아 반갑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10일 열리는 <콘서트필> 공개녹화에는 크라잉넛과 노브레인이 무대에 설 예정이며, 방송은 광주KBS-1TV에서 매주 월요일 밤 11시 30분에 볼 수 있다.
문의 062-610-7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