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전의 일이다. 대학을 위해 동무들조차 경쟁자로 여기며 이를 악물던 시절, 나는 학교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학원자습실로 달려가 옆도 돌아보지 않고 공부했다. 동무들과의 재미난 수다도, 맛난 간식을 먹는 시간조차 아끼며 공부만이 살 길이라 여기며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학원수업 10분 전에서야 내 옆에 앉은 여학생이 있었다. 난 그녀를 시간도 아낄 줄 모르는 농땡이라 여기며 경멸의 시선으로 곁눈질 했는데, 그 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징그러운 벌레들이 우글거리는 그림속의 글이었다.
“그들은 이제 더 이상 친구가 될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단지 앞 다투어 서로 오르려고 하고 동료는 진로를 방해하는 장애물일 뿐이며 다만 상대방을 이용하여 앞으로 나아갈 따름이었습니다.”
헉! 지금의 나를 보여주는 글! 서로를 밟으며 꼭대기로 가고자 안간힘을 쓰는 벌레들. 사랑은 치명적인 것이어서 서로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조심해야하는 경쟁의 무리. 그 벌레가 나였고, 그 무리 속에 내가 있었다. 그때 생활이 깨나 힘들었는지 나는 울컥했고 그날 나를 다독이며 위로하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
「꽃들에게 희망을」은 본능적으로 무더기에 오르려는 벌레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안에 이미 자아실현 욕구가 있음을 이야기한다. 수많은 벌레기둥과 떨어져 죽을 수밖에 없는 정상의 벌레들은 경쟁으로 얻은 성공의 한계를 보여준다. 결국 진정한 성공은 다른 존재를 밟고 올라서는 것이 아니라 날 수 있는 속성을 깨닫고 비상함으로써 이루어짐을 말한다.
우리들은 누구나 행복하길 원한다. 그러나 그 행복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 책에서는 나비의 행복을 이야기한다. 이 행복이야말로 자신을 넘어 꽃도 피우게 할 것이라 한다. 굳이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설이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들먹이지 않아도 행복바이러스를 위한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게 하는 책이다.
“그것은 애벌레가 앞으로 될 미래란다. 아름다운 두 날개로 날아다니며 하늘과 땅을 연결시키지. 또 꽃의 달콤한 꿀을 마시고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사랑의 씨앗을 나눠주기도 한단다. 나비가 없으면 세상의 모든 꽃들이 사라지는 불행이 온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