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존]에 도사린 전쟁음모
[그린 존]에 도사린 전쟁음모
  • 김영주
  • 승인 2010.04.1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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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존]

※ 제 영화이야기는, 영화평론이라기보다는, 영화를 소재로 하여 저의 '세상살이 이야기'를 접목시켜 펼쳐 보이는 글로서, 수없이 다양한 견해들 중에서 하나일 따름입니다./필자 주

▲ 영화 <그린존> 스틸 컷.

2003년 이라크 전쟁 · Green Zone에 도사린 전쟁음모 · 맷 데이먼과 그 병사들 그리고 이라크 사람들, 이 세 가지가 이 영화에 펼쳐지는 이야기의 중심 소재이다. 어디까지가 Fact이고 어디까지가 Fiction인지, 난 모른다. 그러나 이 영화의 모든 게 어찌나 생생하고 리얼한지, 100% Fact로 느껴질 만큼 실감난다. 마치 내 자신이 그 전쟁터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플래툰]이나 [라이언 일병구하기]를 비롯한 그 어떤 전쟁영화보다도 더 실감난다. [블랙호크 다운]의 그 장면이 이에 버금간다고나 할까?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44451&videoId=26753&t__nil_VideoList=thumbnail


▲ 영화 <그린존> 스틸 컷.

폴 그린그래스 감독, [본 슈프리머시]와 [본 얼티메이텀]으로 일약 대중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이 두 영화에 앞서서, 우리 오월 광주의 그 모습을 무척이나 닮은 [블러디 선데이]의 감독이라는 걸, 우리 광주사람들은 새겨야 할 것이다. [블러디 선데이]는 북아일랜드의 어느 일요일에 벌어진 학살장면을 생생하고 리얼하게 담은 영화이다.( 오월 광주의 그날에 비하면, 훨씬 덜 참혹하지만. ) 그 비극을 그토록 리얼하게 그려낸 능력과 [본 씨리즈]처럼 그토록 긴박하게 꾸며낸 능력으로, 이번엔 이라크 전쟁의 참혹함을 너무나 생생하게 잘 담아냈다. 삶의 숙성 A0.

그의 [본 씨리즈]는, 스토리가 탄탄하고 액션이 리얼하고 장면흐름이 스피드해서 긴박감이 넘친다. 그러나 그 스토리나 액션과 장면흐름이, [본 씨리즈]는 허구적이고 인공적임에 반하여, [그린 존]은 사실적이고 자연스럽다. [블러디 선데이]는 매우 다큐스러워서 드라마틱하지 않고, [그린 존]은 다큐스러우면서도 드라마틱하다. 사실적 현장감은 [블러디 선데이]가 더 낫지만, 사실적 대중재미는 [그린 존]이 더 낫다. 일반관객에게, [블러디 선데이]는 무겁고 우울하면서도 다큐적인 리얼러티에 힘을 준 영화인지라 보라고 권장하기 어렵지만, [그린 존]은 주제가 무겁고 우울하지만 리얼한 액션과 스피드한 장면흐름에다가 드라마틱한 재미까지 갖추었으니 보라고 권장할 만하겠다. 그런데 그 재미가 사실적이고 자연스런 맛이어서, [본 씨리즈]의 허구적이고 인공적인 맛에 길들여진 관객에게는 오히려 싱거워서 실망스러울 지도 모르겠다. 대중재미 B+. 그러나 난 그 사실적이고 자연스런 맛이 훨씬 더 좋다. 내 개인재미 A0.

맷 데이먼이 그 동안 보여준 캐릭터의 모습 중에서, 내겐 이 영화에서 모습이 가장 멋져 보인다. 그를 일급배우라고 하기엔 겉모습이 너무 평범해 보이지만, 어떤 긴박한 상황에서 그 겉껍질을 훌렁 벗어던져 버리고 내달리기 시작하면, 그의 강렬한 포스가 가히 폭발적으로 돌변한다. 예리한 두뇌회전과 민첩한 액션이 주체할 수 없이 쏟아진다. 거침없이 강렬하고 다부지다. 그게 [본 씨리즈]의 그 위기일발들에서 딱 알맞았고, 여기 [그린 존] 전쟁터의 리얼러티에서는 더욱 딱 그러했다. 그의 강렬한 캐릭터에 A+. Green Zone 안의 국방부 요원 · CIA요원 · 여기자 그리고 전쟁터나 바그다드 시가지에서 서로 얽히고 설키는 미군들과 이라크인.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음악 음향 의상 미술 무대 소품들이 모두 적절하고 매우 훌륭했다. 영화기술 A+. 

2003년 3월, 미군이 바그다드에 숨겨진 ‘대량살상무기’를 찾아내기 위하여 미사일 폭격시작, 작전명 : 이라크의 자유(Freedom of Iraq). 그런데 그 ‘대량살상무기’를 찾을 수가 없다. 못 찾은 걸까? 아니면 애당초 없었던 걸까? 몇 년 뒤에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는 없었다.”고 발표했으니, 미국이 이라크를 부당하게 침략한 셈이다. 미국이 누군가에게 농락당했을까 아니면 ‘대량살상무기’는 핑계였을 뿐일까? 작전명처럼, 이라크의 자유를 위하여? 이 영화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사담 후세인의 오른팔 ‘알 자위’가 말한다. “부시는 ( 이라크에 )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정보만을 기다린 거야.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아무 상관없어!”

이렇게 해서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전쟁놀음으로, 이라크인 사망자 : 8만 7천여 명 추정, 이라크인 난민 : 450만 명, 미군 사망자 : 4천여 명, 미군 부상자 : 2만 9천여 명. 우리도 이런 살육의 아비규환에, ‘우방국의 우정’이란 이름으로 참가했다. 이런 걸 보노라면, 인간이란 스스로 자멸할 때까진 도저히 말릴 수 없는 동물이겠다 싶다. 이 눈부시게 푸르른 지구에, 어쩌다가 이런 생명체가 나타나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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