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시작에 앞서 영화 ‘파리넬리(Farinelli)’의 <울게 하소서(Lascia Ch’io Pianga>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온다. 장내가 엄숙해졌다. 연이어 북유럽 발트해 연안의 작은 나라 ‘핀란드’가 눈 앞에 펼쳐진다. 호수와 숲, 갈대, 청둥오리, 설원 등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풍광들이 영사기를 통해 그려진다.
박물관·미술관 큐레이터부터 에듀케이터, 유치원·초·중등 교사, 예술강사, 기획자로 구성된 ‘새로운 문화예술교육을 갈망하는 네트워크 모임(이하 새갈래)’회원들은 숨을 죽였다.
이윽고 노래와 영상이 끝났고, 강연의 시작을 알리며 프로그램 진행자가 조명을 밝혔다.
“너무 밝지 않나요? 여러분들은 어떤 불빛을 원하시나요.”
노오란 염색 머리칼에 다소 ‘개성 있다’는 표현이 어울릴 법한 모습의 여인이 불쑥 어둠 속에서 등장했다. 핀란드 현지에서 15년간 문화예술교육 작업을 해 온 안애경 아트디렉터다.
영상으로 본 자유로움과 편안함을 간직한, 하지만 그 어떤 나라보다 특별함이 느껴지는 핀란드와 꼭 닮은 모습이었다. 안 디렉터는 지난 13일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를 방문했다.
강의실 조명에 대한 질문과 함께 등장한 그녀는 자연스럽게 강연을 이어갔다.
“사람들은 너무 특별한 것만 디자인이라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디자인은 밝거나 은은하거나 어두운 조명을 선호하는 개인의 취향과 비슷하다. 자신만의 내적 감정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것이 디자인의 시작이다”고 말했다.
바로 그녀는 쉴 틈 없이 청중들을 향해 몰아붙였다.
“진정한 디자인을, 창의적인 활동을 막는 것은 바로 우리 어른들 아닌가”라고 비판하며 “교과서적인 지식과 커리큘럼에 얽매이지 말라”고 조언했다.
최근 핀란드 교육이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핀란드 현지에 연수 오는 교사 및 교육 관계자들에 대한 핀잔도 덧붙였다.
“어? 여기도 한국이랑 미술 시간은 일주일에 1시간으로 똑같네 뭐”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녀는 “시간은 동일하지만 과연 그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도 동일할까”라며 “교사들이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 교사들이 잘 몰라서인지 귀찮서인지 변화를 시도하려고 하지 않는다. 교과서 속 예술을 버리고 영역을 뛰어 넘는 수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종종 그녀는 박물관에서 단체 관람 온 학생들을 유심히 보는데 그 때마다 ‘저렇게 지루한 표정으로 왜 시간 아깝게 저 짓을 하고 있나’라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안애경 디렉터는 “학교와 학교 밖 문화·예술 연계 수업 기획을 교사나 큐레이터만 할 것이 아니라, 심리학자, 전문가, 특히 참가자들이 모두 모여 의견을 내야 한다. 이런 과정이 결여됐기 때문에 재미없는 수업, 대충 보는 전시가 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안 디렉터는 “해외 사례에만 눈을 돌릴 일이 아니다”며 “국내에도 소중하고 볼 만한 소재들이 너무 많다. 가장 한국적인 것, 주변의 자연에서, 또는 인간으로부터 아름다움을 발견해 내길 바란다”고 당부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