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용택, ‘아이들 눈으로 세상을 그리다’
시인 김용택이 미워하면서도 지독히 좋아하는 인간은 ‘초등학교 2학년’이다
묘한 인연으로 38년 교직생활 대부분을 2학년 담임으로 지냈던 시인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2학년은 ‘개념 없는 놈’들”이다.
지난 21일 전남대 박물관 시청각실 강단에 선 시인 김용택은 “2학년은 우리 인류가 살아오면서 만들어 낸 모든 정치, 경제, 사회, 문학, 예술, 종교적인 언어들이 소용없어지는 존재다”며 우스갯소리를 연신 해댔다. 끝없는 질문과 고자질, 말썽, 해찰을 일삼는 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그가 ‘2학년’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청중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그는 “내가 만났던 시골 아이들은 정직과 진실이 통했다”며 “어떠한 편견 없이 알아보는 만큼 알아주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간관계에서 한 인간이 한 인간을 이해해 준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라고 덧붙였다.
때문에 시인은 일상의 관계 맺음과 소통을 존중하고, 되도록 소소한 것들에서 감동을 찾고자 한다.
시인은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종종 새로움이나 변화를 기대하지 않게 되는 ‘낡은 사람’이 돼버린다”며 “결국 마음의 문을 닫고 영혼이 없는 삶을 살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생각에 따라서 우리가 사는 세상은 변화할 수 있다”며 “신념을 갖고 공동체적 삶을 그려보자. 국민들 다수가 생각한다면 지도자의 생각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섬진강 시인’으로 더욱 유명한 시인은 “자동차와 아파트가 점령한 도심에서도 우리는 나무 한그루가 심어진 작은 공원에서 자연이 주는 감동을 느낀다”며 “부자가 되기 위해 회사 직원들을 힘들게 하는(현 정부를 지칭하며) 회사는 결국 망하게 된다”고 일침을 날렸다.
그는 이어 “인격과 품위를 잃어버리고, 영혼을 팔아 생을 살지 말자”며 부와 출세를 쫓아 경쟁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덧붙였다.
한편, 늘 ‘새로움’을 추구한다는 시인은 최근 이창동 감독의 영화<시>에 출연하기도 했다.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 여성 미자(윤정희 분)가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시 쓰기에 도전하던 중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사건을 겪게 되는 이야기로, 시인은 극중 미자의 시 스승으로 나온다. 영화는 오는 5월 국내 개봉(예정)하며, 올해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될 것으로 보여 수상 여부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전남대 박물관 2010 문화강좌 일곱 번째 강의에는 2001년도에 제작된 영화 <인디안 썸머>를 연출한 시나리오 작가 노효정 씨가 강단에 선다. 작가는 ‘시나리오라는 글쓰기와 주제’라는 제목으로 오는 28일 용봉문화관 시청각실(4층)에서 강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