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런 식의 비교는 별로 정확한 진단이 아니었고 엄밀히 말한다면 광주민주항쟁과는 크게 다르다 봐야 한다. 장기독재체제에 항거하는 민중운동이라는 측면에서 같다는 점을 빼고, 80년의 광주는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이상적’인 항거였다.
무정부 상태에서도 철저히 유지됐던 치안은 세계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는 위대한 시민정신에 기반했다. 여기다 아프고 다친 이들을 서로 돌보고 먹을 것을 함께 나눴던 공동체 의식은 인간이라면 추구하고자 해온 아름다운 이상사회의 근간이었다.
그 당시를 함께 했던 광주시민들이라면 누구라도 그랬다.
국가와 국민을 지켜달라고 자신들의 아들들을 기꺼이 바쳤던 자국의 군대가 야욕에 찬 군부의 미친 개가 되어 평화롭게 시위하던 시민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모순된 현실을 확인했던 광주시민들의 자각은 말 그대로 깨달음이었다. 불의라는 거대한 괴물에 함께 맞선 광주시민들은 어느 누구도 부정한 행동을 하지 않았고 서로를 아끼고 지키며 함께 돌보았다.
차마 총칼이 두려워 나서지 못하고 목숨을 부지한 이들이 죽음을 불사하고 죽어간 열사들의 영전에 용서를 빌며 부끄러워 하면서 영원한 채무감을 느끼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는 질풍노도의 시기에 있던 고등학생이 집안의 바지를 모두 숨겨버린 어머니의 눈물어린 만류로 도청으로 나가지 못했을 따름이었다.
80년 광주는 이 나라의 수도가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독재정권이 의도적으로 소외시켰던 변방의 도시였다는 점에서 한국사회의 불운으로 남았을 뿐이다. 그 나라의 수도에서 일어난 항쟁은 그 나라를 보다 쉽게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글로벌시대라는 것을 맞아 전 지구촌이 한 마당처럼 보여 지는 시대라고 했다. 그러나 중동의 민주화시위를 보면 지구인들은 비록 같은 시공간에 산다 할지라도 서로의 삶은 결코 동일하지 않음을 실감한다. 지구촌은 서력으로 2011년을 함께 맞고는 있으나 각각 처한 상황으로 보면 너무도 다른 시간대를 살고 있다. 한쪽에서는 야만과 폭력이 여전한 시대를 살지만 한쪽에서는 권태에 이를만큼 평화와 풍요로움을 구가하며 살고 있다.
그 가운데 오늘 힌국 사회는 어느 지점에나 와 있을까 생각하면 낙관과 비관이 교차한다. 비록 불완전한 민주주의를 이루긴 했지만 물적 토대가 공고해 지는 가운데 진일보한 사회로 나아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반면 저 80년 광주정신이었던 이상적 공동체와는 달라도 한참 다른 길로 가고 있지 않느냐는 비관적 진단이 있다. 지금 한국인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휩싸인 채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좇는 선택을 할뿐 그 외에는 바른 삶과 정의란 것도, 아무 것도 보지 않는 짐승이 돼가지 않나 싶은 우려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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