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유 전 장관은 또한 자산가로도 이름을 날렸다. 공개된 재산내력에 따르면 현금 보유액도 대단할 뿐 아니라 한참 엔화가 강세일 때 거액의 엔화를 갖고 있어 ‘한투자’ 하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인물 좋아 스타로 군림했지, 그에 걸맞는 대중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지, 돈도 많지, 게다가 권력의 정점까지 올라갔으니 바랄 나위없는 삶을 살고 있는 인물이 아닐 수 없다. 그가 남겼던 장관 시절의 어록은 현 대통령 못지않게 다채로우나 우리나라의 ‘문화’를 다룬 수장 입장에서 발언한 “돈이 되지 않은 문화사업은 하지 말라”는 요지의 내용은 한 마디로 많은 것을 설명해 주었다.
문화로 돈을 만드는, 또는 문화가 돈이 되는 일은 지난 역사와 숱한 사례들을 참고해 볼 때 순서와 성격이 분명한 진리 하나를 보여준다. 즉 문화를 가꾸다 보니 자연스레 돈이 벌어지게 됐다는 순서, 그리고 문화란 최고의 품격을 지향하기 때문에 공고한 물적 토대가 받쳐져야 한다는 특성을 가진다. 물론 있는 그대로, 또한 어디에서고 찾을 수 없는 유일한 것이 특색이 되어 독창적인 문화를 형성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독특한 문화 역시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 삶의 땀들이 마치 지층처럼 다져 굳혀진 것으로 그 문양과 형태, 색상들이 어디서고 찾아볼수 없는 아름다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세인들의 눈길을 받게 된 것이지 결코 순식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따라서 벌이의 수단이라는 목적성을 갖고 인위적으로 문화를 만들게 되면 천박한 결과물만을 낳기가 십상이다. 당초 급조된 문화란 없다. 첫 걸음은 모방으로 시작돼 수십년, 혹은 누대, 수백년을 갈고 닦아야 모두가 사랑하는 그 무엇인가가 된다. 그런데 지구가 한 마당이 된 지금 어설프고 설익은 모방으로 세인의 눈길을 받으려 하고 게다가 그들의 호주머니에서 돈마저 우려낸다는게 가당키나 한 일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인촌식 문화인식’이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이른바 문화사업비 등의 이름으로 지원되는 무슨무슨 기획서들이 제시될 때 수익성이 있느냐 없느냐가 심사의 관건이 된다. 그래서 한탕을 노리는 사이비 문화의식이 난무하고 이른바 ‘꾼’들이 득실거린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경제학의 진리가 ‘문화+경제’ 논리 속에서 제대로 구현된다. 여기다 더 두려운 일은 그가 갖추고 이룬 모든 것이 너무도 부러운 나머지 ‘문화인=유인촌’의 등식이 성립하는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화사하고 따뜻한 봄바람이 지루한 한파와 구제역으로 꽁꽁 얼어붙었던 마음을 녹이고 있다. 국격의 논의 속에는 당연 문화의 격도 함께 한다. 문화의 격은 ‘돈 격’이 아니다. 앞뒤가 바뀌고 본말이 전도되면 죽도 밥도 아닌 천격만이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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