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법칙
자연의 법칙
  • 채복희
  • 승인 2011.03.2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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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복희 / 시민의 소리 이사
성냥이나 동전을 가지고 하는 쌓기 놀이가 있다. 장난감 레고처럼 오목이와 볼록이가 서로 끼워 맞춰져 튼튼한 조립이 되는 것과는 달리 성냥이나 동전은 아무런 접착기능 없이 순전히 쌓아 올리는 놀이다. 때문에 잘 무너지고 높이 올리기란 매우 힘이 든다. 간혹 놀라울 정도로 높다랗게 잘 쌓아진 작품(?)이 인터넷 등을 통해 소개되기도 한다.

이런 종류의 쌓기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건축물에서 둥근 무지개 형태의 다리나 한옥에서 용마루 올리기 등을 보면 중력을 거스르는 고난도의 기술로 이뤄진 작업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선암사의 승선교나 벌교에 있는 홍교는 돌을 차곡차곡 쌓아 무지개 형태로 만든 다리로 명가가 높다. 이들 다리는 자연석을 이용해 하나하나 쌓아 올리는데 기둥이나 접착제 없이 둥근 반원을 그리며 완성돼 있다. 진도석성 옆의 쌍운교와 단운교도 같은 기법으로 만든 다리인 것을 보면 조상들은 시멘트와 같은 접착제 없이 중력을 거슬려 올려 쌓기에 능한 기술자들이었다.

그쪽 분야의 전문가도 아닌 입장에서 함부로 말할 노릇은 아니지만 다리를 만든 이들 기술자들은 자연의 법칙이나 이치랄까 그 무엇인가를 아는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받침대 없이 허공 중에 돌멩이들이 서로를 의지하고 기대게 만들어서 땅으로 떨어지지 않게 쌓아올리는 기술은 자연의 이치를 이용한 것이라 봐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것의 특성은 또한 매우 정교하고 세밀해서 한치의 오차가 있으면 바로 어긋나 버린다는 점이다. 어느 한 지점에 괸 돌멩이 하나라도 빠져 나가면 전체가 와그르 무너져 붕괴돼 버린다. 성냥이나 동전 쌓기를 할때 아슬아슬하게 맞춰진 균형이 순간의 미세한 흔들림으로 무너지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지구상에 가장 늦게 나타나 강력한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는 인류지만 그 역사는 우주의 그것에 비하면 찰나에 비유될 정도로 짧다. 한순간도 멈춤이 없이 움직이고 있으며,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우주 속에서 먼지보다도 더 작은 존재에 불과한 지구별, 이곳에 기생하고 있는 인류가 영원히 살 것 같이 오만함을 부리다가 결국 초유의 재앙에 맞닥뜨렸다.

지금 핵위기를 맞고 있는 일본의 현 사태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를 괴인 돌멩이 중 하나가 빠져나가는 전조일지 모른다. 핵발전소의 위기는 대지진으로부터 비롯됐지만 당초 핵에너지 역시 지구로부터, 지구의 자원으로부터 일군 것이었고, 지구의 흔들림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었다. 그리고 이제 그 결과는 지구 전체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 우리에게도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닌 것이다. 1, 2차 세계대전까지 인류는 자연의 개입없이 서로를 죽이고 무너뜨렸다. 그런데 이번 사태는 그 범위를 벗어나 있다. 그동안은 핵전쟁으로 일컬어지는 3차세계대전이 터지면 인류의 앞날을 알 수 없다는 경고가 있어 왔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인지의 경계를 벗어난 자연 혹은 우주 어디선가 미세한 균열이 생기고 그로부터 엄청난 재앙이 올지 아무도 모른다. 어쨌든 인간이 한 잘못은 그 작은 균열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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