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는 뉴스에 달리는 최근 댓글들은 그 뉴스를 취재한 기자와 전재한 매체의 품질을 뛰어넘으며 촌철살인의 표현으로 사안의 핵심을 짚어내고 있기까지 한다. 예컨대 모 재벌의 재혼을 기사로 올리면서 기성 매체들이 구사한 단어는 ‘로열 웨딩’이다. 이 기사에는 수백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순서대로 읽어보면 제대로 된 비판이 줄을 잇는다. 영국식 군주가 존재하는 것도 아닌데다 단순히 돈많은 장사꾼의 결혼에 웬 로열이란 수식어냐는 냉엄한 질타들이 대부분이다. 해당 매체와 리포터의 왜곡 표현을 문제삼고 뒤이어 또 다른 댓글은 그 재혼하는 재벌이 거대 광고주이기 때문에 띄워주기 위해 무슨 말인들 못하겠느냐고 꼬집는다.
구미 수돗물 중단사태 역시 네티즌들의 의견이 몰려든 주요 사안이다. 추천 댓글의 내용은 거의 4대강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미에서 현 대통령 지지표가 70%를 넘었다는 지난 대선 관련 기사도 찾아 싣고 있으며, 그렇게 표를 몰아준 구미사람들의 반성을 촉구하기도 한다.
익명의 댓글들은 뉴스의 사실과 진실의 차이를 구별하고 있으며 매체의 진실보도를 더 강력히 요구한다. 기성 매체들이 권력자와 재벌의 눈치를 보면서 어영부영 넘어가려는 내용도 댓글에 걸리면 실명까지 ‘다 나온다’. 최근 서울에서 발행되는 전국지의 발간부수와 유료부수가 공개됐다. ABC제도가 엄연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이없게도 8년만의 공개다. 기사는 발표 사실만을 앵무새처럼 실었지만 댓글은 아니었다. 부수 1위를 차지한 신문사의 한 보급소에서 봉투에다 현금을 넣어 구독자 확장하는 현장을 잡은 내용을 찾아다 달아놓았다. 그런 불법 행동으로 늘린 구독자라고 고발한 것이다.
악플의 희생자를 제단에 올리고 인터넷을 규제하려는 음모는 이미 좌절되었다. 그런 가운데 지난 선거의 결과는 민심을 그대로 반영했다. 모름지기 정치를 하려면 인터넷 댓글을 잘 살펴야 할 일이다. 세상이 그렇게 변하고 있는데도 결코 ‘아니다’ ‘모른다’고 일관할 수 없을 것이다. 빠르게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이들도 많고 가능한 이대로를 외치고 싶은 이들도 많다. 그러나 댓글은 속도와 상관없다. 다만 그것은 있는 그대로 존재하고 있을 따름이다.
저작권자 © 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