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거리 차별은 없어야
먹을거리 차별은 없어야
  • 채복희/시민의소리 이사
  • 승인 2011.06.0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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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복희 / 시민의 소리 이사
음력으로 5월 초하루(6월2일), 농촌 들녘에는 대부분 모내기가 끝나가고 있다. 무논에 심어진 새싹같이 작은 모들이 불과 몇 달 후면 새파란 풋나락으로 커있을 것이다. 그새 밀밭은 노랗게 익어 수확기에 접어들었고 마늘과 양파는 다 캐냈다. 마늘을 거둬낸 밭에는 콩이나 참깨, 수수와 같은 한 여름 밭작물이 심어져 금새 또 자랄 것이다.

올해 양파와 여름 배추는 작황이 좋은데다 재배량이 많아 값이 폭락했다고 전해진다. 양파는 마늘처럼 겨울 작물로서 저농약 재배가 가능하고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는지라 제값이 형성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모쪼록 양파 김치, 양파즙, 고기구이 동반 채소, 장아찌, 생식용 등등으로 도시인들의 소비가 대폭 늘어나 값의 폭락 사태를 막았으면 좋겠다.

식의주가 사람살이의 기본이 될진대, 요즘에는 의생활이 곤궁한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주택은 한번 잘못 채운 단추처럼 정책의 실패에 따라 세계에서 유례없는 부동산 투기국가가 되어 집없는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먹을 것은 또 어떤가. 절대적 생산량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품질 면에서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식품은 삶의 질을 좌우한다 라는 식의 배부른(?) 평가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점수로 등급을 매기는 성질이 아니다. 미국산 쇠고기의 질은 천차만별이어서 미국 식품시장에 가면 등급에 따라 값을 매겨놓고 있다고 한다. 역시 그 나라답다 싶은게 부자는 고급 쇠고기를 먹고, 가난한 이들은 30월령 이상 저급 쇠고기를 싸게 사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나라를 모범 표준국가로 알고 그 비슷하게 살려고 하니 문제다.

우리나라도 언제부턴가 대형 백화점에 가면 식품을 구별해 놓고 값을 차이나게 해서 팔고 있다. 돈이 많으면 유기농 무농약 어쩌고 하는 등속의 식품을 비싼 값에 사서 먹으라 하고, 바로 옆으로 옮기면 값이 싼 보통 식품을 팔고 있다. 아무런 설명이 붙어있지 않지만 결국 농약으로 키운 식품이라는 말이다.

농사를 하루라도 지어본 사람이라면 제초제와 살충제, 또는 성장 억제제 등 없이 상품으로 내놓을 만한 식품을 재배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 무논에 기계를 넣고 써래질 할때부터 농약을 풀고 모가 자라는 틈틈이 제때 제때 약을 해줘야 병충해 없이 제대로 벼를 키울 수가 있다. 열무는 잎사귀가 먹을만하게 클 때부터 벌레하고 잎사귀 먼저 먹기 시합을 해야 하고 토마토와 옥수수도 농약 없이는 반타작만 생각하고 키워야 한다. 생산량을 생각하고 시장으로 내다 팔 요량이면 무농약 농사는 포기하는게 편하다.

가공식품에 대한 감시는 꽤 철저해 지고 음식업을 하는 이들에 들이대는 법규도 까다로워지고 있다. 그에 비하면 농산물은 친환경 농법의 보급이 활발해 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생산 현지인 들녘부터 통제하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농업을 한낱 (돈을 버는)1차 산업으로 치부하지 않고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을 바꾼다면, 그리고 종자, 비료, 농약, 노동력 등 드러난 문제들을 국민들이 주택만큼이나 소중히 여긴다면 대안이 찾아질 수도 있다. 지금처럼 부족하다 싶으면 곧장 수입에 의존하고, 농촌인구 감소문제에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면, 마음놓고 먹을 게 하나도 없는 세상을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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