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인 애간장 녹이는 ‘빛고을문학관’
문학인 애간장 녹이는 ‘빛고을문학관’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2.02.2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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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놓고 기득권 주장에 염증만
문학인들 모여 머리 맞대고 해결안 찾아야
▲ 빛고을문학관 백지화에 항의하는 1인 시위

광주의 많은 문인들이 애간장을 타고 있다.
‘문화중심도시’, ‘예향’ 등 내놓는 말을 많지만 정작 그것을 뒷받침할 문학관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더욱이 5조3천억원을 투입해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에 비하면 지나치게 문학 분야를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김준태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솔직히 창피하다”면서 “인근의 전주는커녕 군산만도 못한 곳이 광주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고 문학 없는 광주를 혹평했다.
많은 문학인들이 어떤 분야든 예술을 발전시켜 문화중심도시로 가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탓하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형평성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광주비엔날레와 관련하여 미술이 중심이 되고 또 브랜드공연이라는 이름으로 공연 분야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예술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문학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는 것에 분통이 터진다는 반응이다.

첫 용역보고서 백지화, 장소도 백지화

처음 영랑 용아문학관이 거론되어 박광태 전 시장 시절인 지난 2009년 7월 타당성조사에 이어 2010년 5월 기본계획수립 용역보고서까지 나왔다. 그런데 현 강운태 시장에 의해 모든 것이 백지화되고 ‘새롭게 출발’하게 됐다.
당초 빛고을문학관은 지난 2009년 7월부터 모두 122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동구 운림동 무등현대미술관 건너편에 지을 예정이었다. 완공 예정은 2012년 말이었다.
그래서 2010년 9월 중진, 원로 광주문학인들은 광주문학발전을 위한 모임을 갖고 실무추진체로 ‘범광주문학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침체된 광주문학의 현실을 토의하면서 문학인 개인의 분발을 촉구하고 가장 큰 원인으로는 행정당국의 형평성 없는 지원정책을 질타했다.
이들은 당시에 광주문학의 현안에 대한 토의를 통해 집행부 구성과 강운태 시장에게 건의하는 문학발전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난해 10월에는 빛고을 광주문학관 건립 추진위원회가 결성되었다. 빛고을 광주문학관건립 추진위원회는 상임위원장 황하택 (사)한국지역문학인협회 이사장, 공동위원장 손광은 전 광주문협회장, 오명규 전 광주문협회장, 김수봉 전 광주문협회장, 전원범 전 광주문협회장, 김 종 전 광주문협회장, 박형철 전 광주문협회장, 함수남 전 광주문협회장, 오덕렬 전 광주문협회장, 노창수 광주문협회장, 국효문 호남대 교수, 이성관 전남문협회장 등으로 구성했다.
또 고문에는 정소파 일백세 시조시인, 전석홍 시인(전 전남도지사), 이만의 수필가(전 환경부장관), 박태상 한시인(전 조선대 문리대 교수), 김재균 시인(국회의원), 진헌성 시인, 김양균 수필가(전 헌법재판관), 문병란 시인(조선대 명예교수) 등도 위촉됐다.

동구에서 남구로 ‘사전동의’ 없어

광주시는 지난해 2월에도 광주시의회 신년 업무보고회에서 동구 운림동에 빛고을 문학관을 건립하겠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광주시가 해당 자치구인 동구와 상의 없이 올해 1월 업무추진 보고에서 빛고을 문학관을 남구 광주공원 어린이 놀이터에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보고했다.
이렇게 변경된 데는 광주문화재단과 빛고을시민문화관이 정착된 데다 아시아문화전당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2014년 완공 예정으로 있어 인근에 문학관이 들어서면 상승효과가 있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또 여기에는 강 시장을 만난 상당수 문학인들이 도심 중심부에 설치될 것을 희망했던 것이 반영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는 일단 실시설계비가 예산에 반영되었기 때문에 올해는 시작할 것이라고 하지만 동구 의원들이 제동을 걸어 우선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이다.
이는 동구의회 의원들이 지난 9일 빛고을문학관을 원안대로 동구 운림동에 건립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동구의회 안병강 의원(통합진보당)과 김동헌 의원(무소속)은 전통문화관 개관식에서 '빛고을 문학관 원안 운림동 건립'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손광은 전남대 명예교수는 “내년이면 김현승 시인 탄생 100주년이 되는 곳에서 다른 지역은 생존한 작가의 문학관도 건립하는 마당에 문화중심도시라는 광주가 무엇을 내세우자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이전의 용역보고를 무효화 한 것부터 문제의 발단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1920~30년대 문학자료 멸실 위험

손 교수는 이제 주변환경이 많이 변화됐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접근성이 좋고 광주의 중심이 되는 지역에 문학관이 서는 것이 옳다는 견해를 비쳤다.
김준태 이사장도 “이왕 이렇게 된 마당에야 졸속 처리하지 말고 지역 이해관계에 휩쓸리지 말고 예산을 집중하여 규모 있는 문학관을 세워야 한다”며 “문학인들이 갖고 있는 1920~30년대의 소중한 자료들을 한데 모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좋은 문학관을 건립하는 데는 이제 광주시와 문학계, 학자들 가운데 애정과 권위 있는 분들이 참여해야 한다면서 기득권 싸움만 한다면 광주시민들이 염증을 느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한국문학관협회(www.munhakwan.com)에 가입된 전국의 문학관은 목포문학관을 비롯하여 1월말 기준 모두 52개다. 또 5곳 정도가 건립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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