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동과 이영호
장세동과 이영호
  • 채복희
  • 승인 2012.03.23 13: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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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복희 시민의 소리 이사

전두환과 장세동 관계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장씨는 전남 고흥 출신이지만 고향을 철저히 숨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전두환에 대한 충성심은 실로 대단한 것으로서 한때 속절없는 서울지역 유한마담(?)들에게 인기까지 얻었을 정도였다.
이유인즉슨 의리가 넘치는데다 인물도 좋아서였단다. (고향을 숨기지 않았다면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까 의문을 가져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것이 의리인지, 그 얼굴이 뭔 인물인지 아리송하지만 하여튼 서울에서 발행된 일간지에서 실제 기사화했을 정도였다. 그런 것도 기사라고 한다면 말이다.

그런 장세동도 대통령에 뜻을 품고 대선에 출마하려고 전두환에게 자금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주군 섬기기를 그만두었다고 했다. 굳은 맹세니 의리니 하는 신성한 말들이 권력의 화신들에게 있어서는 한줌 먼지만도 못한 근수를 가졌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그런데 제 2의 장세동처럼 보이는 인물이 나타났다. 외모에 대한 평가는 없으되 행동 하나는 장세동 저리가라였다. 지난 21일 기자회견장에 위풍도 당당하게 등장, “내가 바로 민간인 사찰 몸통이다”를 외친 이영호 전대통령고용노사비서관이 바로 그다.

대한민국 헌정 역사상 유례없다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민간인 사찰 문제는 사건과 관련된 핵심 공직자의 양심고백으로 최근 그 실체가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검찰 등 권력기관의 비호 아래 숨겨져 왔던 정권의 비열한 얼굴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현재 사찰의 배후로 청와대가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홀연히 몸통을 자처하고 나선 이영호의 용기와 배짱이 가상도 하려니와 충성심은 하늘을 찌를 정도다.
그런데 십 몇여분에 이른 이 기자회견은 두 가지 점에서 화제에 화제를 낳고 있다. 하나는 그 내용으로서 이영호의 고백은 오히려 청와대의 개입을 확인시키게 만들었다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그가 연출한 장면의 희극성이다.

이영호가 눈을 부릅뜨며 소리를 질러대는 그 모습은 민간인 사찰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도 자다가 벌떡 일어나게 할 정도로 웃기는 장면이었다. 다음날 청와대가 “낮술 먹고…”라고 언급할 정도였는데 술 마신 정도가 아니라 아예 미친X 같았다.
그런 느낌은 대개 같았던지 그 자리에 벌떼처럼 모여 있었던 기자들의 카메라는 회견이 끝나자 출구를 향해 정신없이 나가던 이영호가 댓자로 자빠진 모습까지 후속 보도로 붙여주기까지 했다. 마치 몸개그의 한 장면처럼. 이런 꼬락서니에 낮술 운운하며 혀를 찬 청와대의 한발 뒤로 뺀 그 모습은 오히려 가증스럽기만 하다.

‘나꼼수’의 4인방 중 주진우 ‘시사인’ 기자는 “나라가 아니라 개판”이라고 했다. OECD니, G20국이니 하는 줄 알았는데 기실은 나라가 개판이라니 이게 사실일까, 정녕 슬프고 믿고 싶지 않다.
그렇게 보니 이영호는 충성심에서 장세동과 비슷할지는 몰라도 ‘마담 인기’는 얻을 성 싶지 않다. 아무리 유한마담들이라도 자빠지는 모습까지 보인 이영호에게 호감을 가지진 못할 것 이다. 5공과 현 정권의 차이점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웃자고 하는 소리지만 정말 기가 막히다. 막장까지 간 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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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내 배꼽 2012-03-23 16:12:08
구구절절 맞는 말씀입니다.
저런 평균도 못 되는 친구가 국민 상대로 인터뷰 하고, 국가 중책을 담당했다니.. 한심합니다.
청와대 직원이라고 공갈치다 잡힌 사기꾼하고 비슷한 것 같네요. ㅎㅎ~ 말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