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행복한 창조도시’는 광주광역시의 슬로건이다. ‘시민이 행복한’은 시정목표요 결과이며, 그 뒤에 창조도시, 인권도시, 안전도시, 환경도시 등 수단과 내용에 해당하는 단어가 붙는다. 후자의 요소들을 통해 시민의 행복을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우리 지방자치의 수준이 시민의 행복을 목표로 삼을 정도로 성숙한 것이다.
시민의 행복이란 무엇일까.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행복할까, 오락에 심취하면 행복할까. 문화예술을 즐기면 행복할까. 지역에 대기업이나 외국기업이 들어오면 행복할까. 시민의 행복은 큰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평온과 안정을 지키고 느끼는 데서 찾는 것이 아닐까. 사람들은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고 작은 것에서 불행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는 물질적으로는 이미 웬만한 선진국을 능가할 정도로 높은 수준에 와 있다. 그러나 정신과 인간 측면에서는 선진국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멀었다. 남을 존중할 줄 모르는 태도,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자기중심주의, 무시되는 기초질서는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광주 시민들은 길거리에만 나서면 불행해진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시로 짜증과 불쾌와 불편과 불안을 경험한다. 골목길에는 양편 불법주차가 일상화되어 있으며, 인도까지 점령하거나 골목길에서 코너에다 주차를 해 놓는 개념 없는 사람들도 흔하다. 사람들은 그 사이를 이리저리 피하면서 걸어 다닌다. 차는 곡예운전을 해야 골목을 무사히 빠져 나갈 수 있다.
거리로 나서면 교통질서가 엉망이다. 차선을 제멋대로 왔다갔다 하고 속도도 제멋대로인 경우가 많다. 대부분 휴대폰을 사용하면서 운전하는 차량들이다. 교통신호 변경시 노란 경고신호에 교차로에 진입하는 차량은 이제 단속해서는 안된다고 말해야 할 정도이다.
교차로에서 분명하게 빨간 신호등이 켜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구 통과하는 차들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당연히 ‘정지선은 생명선이다’라는 말은 아무 의미가 없다. 정지선 안에 정지하는 차보다, 그것을 무시하는 차들이 더 많아 보인다. 보행자는 불안하다.
한편, 보행자들도 못지않다. 넓은 도로를 가로질러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들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신호가 곧 바뀌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건널목에 진입하는 보행자도 많다. 운전자들은 아찔하다.
길거리에 서서 보자. 수많은 맨홀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광주는 맨홀뚜껑의 도시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지하에 설치한 많은 도시기반시설들을 하나로 모아 공동구로 만들면 관리하기도 편하고, 비용도 덜 들 터인데 각 사업 주체들이 자기만의 통로를 만들고 적당히 맨홀뚜껑만 올려놓으면 끝이다.
누더기 도로도 시민들을 불편하게 한다. 새로 포장한 도로는 며칠 후 파헤쳐지기 일쑤다. 공사 후에는 어설프게 대강대강 포장해 놓고 그것으로 끝이다. 새 도로가 순식간에 울퉁불퉁해지고 시민들은 다음 포장 때까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광주 시내 곳곳에서 시행된 하수도 공사의 후유증은 아직도 크다. 시민불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도로를 막고 공사를 진행하더니, 공사 후에는 도로포장을 제대로 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순환도로 통행료에 대해서도 시민들은 분노하고 불행을 느낀다.
그렇다면 시민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시민의 행복은 개인들의 행복감을 증가시키는 각종 정책과 행정을 통해 어느 정도 달성될 수 있다. 그러나 시민의 행복감은 일상적이고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불편을 해소해나가는 데서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골목과 도로를 점거한 불법주차를 해결하는 혁신적 방안을 마련하고, 고의적이고 상습적인 신호위반을 하는 차량이나 도로를 무단횡단하는 사람들에 대한 일관성 있는 단속과 계도를 통해 기초질서를 정착시켜야 한다.
시민의 눈높이에서 시민과 잘 소통하는 현미경 행정, 맞춤형 행정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공직자들이 진땀을 흘려야 할 일이다. 이렇게 시민들의 일상적인 불편과 불행감을 해소하는 것은 행복요소를 도입하는 것보다 더 실효성이 있다. 이렇게 만든 시민이 행복한 도시가 바로 선진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