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 48권, 72개 조항은 모두 목민관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내용이지만, 그 중에서도 다산이 강조했던 대표적인 조항은 ‘청심(淸心)’과 ‘절용(節用)’이라는 조항입니다. 청심은 바로 맑고 깨끗한 마음이니, 공직자는 청렴한 마음을 지녀야 한다는 뜻이며, 절용은 예산을 아껴서 사용함이니, 국민의 혈세인 공금(公金)이나 공적 재산을 아끼고 절약해야만 국가와 자치단체의 경영이 유지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다산은 청렴이란 목민관의 ‘본무(本務)’이고 절용은 목민관의 ‘수무(首務)’라고 선언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청심과 절용은 동전의 앞뒤처럼 맞물려 있습니다. 청렴해야만 절용할 수 있고 절용할 줄 알아야만 청렴한 공직자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청렴의 조건은 무섭게 까다롭습니다. 다산은 “오직 선비의 청렴은 여자의 순결과 같도다. 한 오라기의 오점도 평생토록 흠이 된다.”고 말하고, “사용(私用)을 절약함이야 누구나 할 수 있으나 공고(公庫)를 절약하는 사람은 드물다. 공공의 재산을 사적인 재산처럼 아껴야 현명한 목민관이다”고 강조했습니다. ‘시공여사(視公如私)’ 즉 공물을 사물처럼 여겨야만 제대로 된 목민관이라는 뜻입니다.
다산의 절용정신에 어긋나 청렴성까지 의심받는 사건의 하나가 요즘 항간에 오르내리는 ‘세빛둥둥섬’ 한강 조성사업 입니다. 세금낭비의 혐의가 있다면서, 대한변협 산하의 ‘지자체 세금낭비조사특별위원회’(위원장 박영수 전 서울고검장)가 희생적인 활동을 벌인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 단체는 업무상 배임혐의 등으로 전 서울시장 오세훈을 서울지검에 수사를 의뢰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는 것입니다.
한강사업 이외에도 용인시 경전철 사업도 예산 낭비의 사례로 간주하고 시민과 주민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라니 듣던 중 반가운 소식입니다. 더 나아가 그런 낭비성 사업을 사전에 방지할 목적으로, 그 특위에서는 국회에 ‘재정건전성을 위한 국민소송법’에 관한 입법청원을 내서 국민 누구나가 지자체의 위법한 재정행위에 대해 지자체장이나 공무원 등을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있도록 하려는 내용까지 담겠다니 세상이 조금 밝아지려나 싶습니다.
조사특위는 앞으로 태백시의 오투리조트 건설사업, 평창의 알펜시아 사업 등 세금낭비 의혹을 받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사업들을 계속 조사해 나가겠다니 다산의 이름으로 그들을 격려하고 성원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합니다. 의혹이 제기되는 그런 단체의 사업들이 세금낭비가 아닌 진정으로 주민과 국민을 위한 예산집행이기를 바라지만, 조사결과 의혹은 풀리지 않고 범법이나 위법사항이 발견되어 국민의 분노를 사게 된다면 사법당국은 그들에게 철퇴를 가해주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5기에 접어든 지방자치단체들의 장은 예산과 인사의 막강한 권한을 지녔으나 이들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지방의회나 감사기구 등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민주적 복지사회 건설에 큰 장애가 되고 있는 오늘, “변호사는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것을 사명으로 한다.”는 변호사법 제1조의 취지를 살려 예산집행의 감시에 들어간 조사특위의 활동에 큰 기대를 걸게 됩니다.
막중한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있던 변호사나 변호사 협회는 그동안 책임을 잊거나 회피하는 경우도 있었고, 기득권층으로서 오히려 권력이나 재벌의 편에 기우는 때도 있었는데, 이제 본연의 임무를 되찾아 활동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으니, 지하에 계신 다산선생께서도 매우 기쁘게 생각할 것입니다. 좋은 활동의 결과를 학수고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