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학 교수의 ‘갑과 을’은 어떤가?
사립대학 교수의 ‘갑과 을’은 어떤가?
  • 이상수 시민기자/전 호남대 교수
  • 승인 2013.06.05 14:5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갑을(甲乙) 관계’가 한국 사회에 큰 치부(恥部)로 등장했다. ‘갑’과 ‘을’이란 원래 계약을 맺는 두 당사자를 일컫는 말이다. 제대로 된 계약에서는 갑과 을의 지위가 같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갑은 강자고 을은 약자다. 갑은 을을 부리는 ‘주체’이고, 을은 갑에 생계를 매달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 때문에 갑들의 횡포가 숱하게 벌어지곤 한다. 사립대학의 재단과 교수들의 관계도 이런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립대 교수들이 불리한 대우를 받는 것은 임금뿐만이 아니라 제도적으로도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단에 의해 임명된 사립대학 교수들은 법적으로 사립학교법의 적용 대상이면서, 복무에 관해서는 국가공무원법의 적용을 받는다. 그렇지만 국가인권위원회나 교육부에서는 재단과 교수와의 관계를 사적계약자유원칙에 의하여 맺어진 관계이니만큼 사적으로 처리하던지 또는 민사로 처리하라는 기본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감사원에서도 사립대학의 민원은 공공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적극성을 띄지 않는다. 그러면서 사립대학 교수들의 모든 의무사항은 국가공무원에 준하여 처리하고 있다. 그러니 사립대학 교수들은 고달플 수밖에 없다.
사립대학 재단의 인사권은 교수의 채용에서부터 승진, 해고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기에 ‘슈퍼갑’의 입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수들은 학내 부당한 의사결정에도 아무런 이의제기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규모가 작은 대학들의 경우는 그 정도가 심하다.
대학 학칙에는 교수회라는 조직도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대규모 대학들을 제외하고는 교수회가 교수들의 자주적이고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경우는 소수에 불과하다. 형식적으로는 화려하게 ‘교수회의’라는 명칭으로 모임을 갖는다. 그러나 실상은 업무보고에 그친다. 대학 관계자들이 재단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분위기에서 누가 간(諫)을 하겠는가? 간을 하였다가는 당장 윗선에서 불러들일 텐데 말이다.
이러한 현상은 가끔 언론에서 보도되는 사립대학 비리와 무관하지 않다. 사립대학들 중 상당수는 자체통제시스템이 없다. 형식적으로는 사외 이사를 둔다고 하지만 그들도 재단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채워지기도 하기 때문에 그런 인사들은 거수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학 교수들은 주어진 교과목을 강의하는 면에서만 권한이 주어진다. 입학지원자가 적어도, 취업률이 낮아도 모두 교수들의 책임으로 돌려 추궁을 당하게 된다. 사립대학 교수들은 커리큘럼(curriculum) 편성이나 학교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제반 정책수립에서도 소외되기 다반사이다.
정원이 채워지지 않으면 결과에 대한 책임은 모두 교수들이 지고 있는 형국이다. 심지어 폐과가 결정되면 소속 교수들은 일방적으로 임금체계가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바뀌면서 임금이 하향된 경우도 있다. 그나마 재단의 미움을 사지 않는 교수들은 유사학과나 교양을 담당하기 위해 다른 학과로 배치된다. 그렇지 않은 교수는 대학을 떠나야만 한다.
이처럼 교육방침을 수립하는 학교당국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학교정책에 순응한 교수들은 ‘냄비속의 개구리’처럼 맥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오늘날 한국 지방 사립대학의 현주소이다.
이런 현상을 바로 잡으려면 무엇보다도 사립대학을 운영하는 경영진에서 올바른 교육철학 정립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교육부 당국의 철저한 감시와 감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제도적으로는 부당한 징계나 비리가 발생할 경우 형사적 처벌이 수반되도록 사립학교법이 보완되어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자율적인 내부통제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교수회의 활성화나 대학교수협의회, 또는 대학평의회 등의 조직 설치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학교경영의 잘잘못이 적시에 피드백(feedback)되어 선순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노력이 사립대학의 비리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사립대학과 교수들은 기존의 ‘갑과 을’ 관계가 아닌 동반자로서의 입장을 견지할 수 있을 때 사립대학이나 국가발전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모니터 2013-06-10 06:33:10
내가잘못되면 좌파한다라는말이있다.
특히 우리지역을두고하는 말임에맞다고 어느정도는수긍이가는부분이다.
세상에 갑과을이없어야 좋다고본다면 이는민주주의를부정하는것과 뭐가다르까?.
모두골고루 한치도다름이없이의 극한논리로몰고간다는 사상과 이념체계는 무슨주의인가?
기고한 사립학교문제를 최근이유가된갑을관계로 말하려는의구심은 무슨의도인가?
사립대학에 주저앉기보다는 능력에우위였다면 국립에존재했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