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부산 사상구에 컨테이너를 활용하여 건립한 문화공간인 ‘사상 인디스테이션’이 준공됐다. 27개의 컨테이너를 사용해 문화공간을 지은 것이다. 여기에서는 공연, 춤, 영화, 연극, 전시, 레지던시 작업 공간뿐만 아니라, 다문화 카페까지 복합 문화공간으로서 기능을 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 공간을 운영할 부산 문화재단은 청년문화의 산실이자 다문화커뮤니티 공간, 거기다 공연 · 전시 장소를 찾지 못해 허덕이는 지역 문화예술 동아리들의 해방구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부산국제영화제와 비엔날레에 이어 컨테이너로 만든 대안 문화공간인 사상 인디스테이션까지! 부산은 문화도시로서의 변신을 재빠르게 추구하고 있다.
반면, 우리지역 광주는 어떤가?
예향 · 의향 · 미향이자 민주 · 인권 · 평화도시이고,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하는 도시이다. 그러나 아시아문화전당은 난데없는 법인화논란으로 비틀거리고 있고, 부산보다 3년 먼저 개관한 아시아문화마루(쿤스트할레)는 시민과 유리된 채, 제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됐다.
아시아문화전당은 개념설계부터 시작하여 근 10여년이 지났지만 개관콘텐츠 때문에 혼선을 빚어왔고, 급기야 최근에는 전당을 운영할 조직구성과 관련하여 조직을 담당하는 안전행정부와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의 비협조로 벽에 부딪치자 느닷없이 문화관광부에서 법인화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구)도청 앞에 소재한 아시아문화마루의 경우도 예술가들과 시민들에게 새로운 문화예술 콘텐츠를 시연하고 접할 수 있는 대안공간의 필요성 때문에 2010년 개관하여 운영되어 왔던 것이다.
컨테이너를 활용한 문화공간의 시초는 서울 논현동의 플래툰 쿤스트할레였다. 이 모델을 참고하여 공적인 대안 문화공간의 기능을 갖춘 것은 광주가 최초였던 것이고, ‘사상 인디스테이션’이 지금 추구하고자 하는 그런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이미 시도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어느날인가부터 당초의 계획과는 달리 서서히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지지부진하게 되었던 것일까?
부산과 달리 광주는 아시아문화전당과 아시아문화마루를 국책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 것이다 보니 중앙부처에 의존하고, 중앙부처인 문화관광부는 지역의 실정에 어두운데다, 인사이동이 잦은 행정공무원들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비전에 입각한 사업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부산은 지역현안에 대해 지역 정치권의 한 목소리가 가능한데 비해, 광주는 자기 지역구 사업에 매달려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런 중요한 사안에 대한 시민적 공론이 형성되지 못한데 있다고 본다. 시민이 중심이 되어 이러한 사업들을 아끼고 돌보는 자세, 잘못되어 가는 것에 대한 건전한 비판이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이런 역할이 참으로 부족하다.
정치적 소신과 견해를 피력하는데에는 강한 광주가, 문화적 소신과 견해 그리고 문화도시를 가꾸어 나가는 노력과 의지는 상대적으로 빈약한 것이다.
진정한 문화도시,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만들어가는 길은 시민의 적극적 참여와 관심속에서 시민의 문화력을 키워내는데에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