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에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종합계획안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계획안에 흥미를 끄는 설문조사 결과가 들어있었다. 일반국민과 광주시민을 대상으로 아시아문화전당에 대한 인지 정도, 콘텐츠 기대정도, 선호 등을 조사해 정책 참고자료로 활용하자는 의도였다.
전당 방문 목적은 ‘아시아의 공연예술을 관람하기 위하여’라는 응답이 가장 많아 역시 전당콘텐츠로는 공연을 가장 선호함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전당이 지향하는 비전을 묻는 질문이었다. 일반국민과 광주시민 모두 ‘한국’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답했다. 아시아나 세계보다도 더 높게 나온 것이다. 심지어 광주시민은 세계보다도 광주시를 더 중요한 지역범위로 두자는 의견이 많았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열린 세계를 향한 아시아 문화의 창’을 지향하면서 출발했다. 이를 위해 아시아 문화교류와 협력 네트워크의 중심을 목표로 두었다. 아시아인의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참여를 통해 아시아의 문화와 자원이 세계와 상호 교류되는 문화허브도시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화전당이 지향하는 비전이 ‘한국’으로 국한되거나 더군다나 ‘광주시’로 축소된다면 전당의 존재가치는 의미를 상실한다. 참여정부 때 야심차게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이 착수된 배경에는 21세기는 아시아의 세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더불어 지방화와 세계화의 동시적 융합이라는 글로컬(glocal)시대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사실에 주목한 결과다.
세계의 유수한 문화도시들의 특성을 보면 개방성과 포용성, 다양성, 글로벌 마인드를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 광주가 진정으로 문화도시가 되고 아시아 문화교류의 중심거점으로 서기 위해서는 세계문화도시들의 이러한 특징을 배워야 한다.
문화도시 만들기 프로젝트로 성공한 사례가 유럽문화수도 프로그램이다. 유럽연합이 이 프로젝트를 매년 시행하는 이유는 문화를 통한 도시재생 경험을 공유하고 교류할 목적이다. 이를 통해 유럽국가들 사이의 공존과 공영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유럽문화수도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여 한·중·일 3국은 동아시아문화도시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그동안 3국은 각 나라의 도시를 돌면서 문화장관회의를 열었고 드디어 작년 9월 광주에 모여 광주공동합의문을 채택했다.
이 합의문의 핵심사항은 무엇보다 2014년 동아시아문화도시로 대한민국의 광주광역시, 중국의 취안저우시(泉州市), 일본의 요코하마시를 공식 선정했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3국이 지속적인 문화유산 보호와 협력을 추진하고 문화콘텐츠산업과 문화예술 교류협력을 강화하며 미래 문화세대를 육성하고 교류지원하자는 내용이다.
광주합의문이 담고 있는 정신과 내용은 지난 3월 18일 개최한 동아시아문화도시 2014 광주개막행사를 통해 더욱 진전된 형태로 제안되었다. 앞으로 3개 도시가 참여하는 동아시아문화도시협의회가 구성되고 내년 개관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상설 사무국이 성치될 예정이다.
우리의 문화교류 파트너인 취안저우나 요코하마는 모두 개항을 통해 동서양 문물을 일찍이 받아들인 도시들이다. 취안저우는 당·송·원대에 중국과 세계를 연결하는 대외통상의 최대항구이자 문화교류의 중심지였다. 그 결과 송나라 때 거주하는 외국상인의 수가 1만 명에 달했을 정도로 개방적이었다. 또한 일본의 대표적인 창조도시 요코하마는 1859년 개항하면서 일본에서 가장 먼저 서양문물이 들어왔다. 세계 각국의 문화가 혼합된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도시 분위기가 창조도시 형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광주는 이 도시들과 동아시아문화도시라는 연대감을 형성하고 문화교류사업을 추진하려 한다. 그 성공열쇠는 무엇보다 상대 문화에 대한 존중과 이해다. 개방성과 포용성이 있는 글로벌 마인드의 도시, 광주의 모습을 보고 싶은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