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제작한 뮤지컬 ‘태백산맥’의 서울 공연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동안 지역에서 만들어진 작품들이 종종 서울에서 공연돼왔다. 그때마다 느꼈던 것은 지역의 한계를 벗어나 교육, 문화예술, 경제의 중심지인 서울 공연도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필자도 방송연예학과의 교수로서 해마다 학생들과 공연을 만들어 대학로에서 펼쳐지는 전국 연극영화계열의 대학축제인 “젊은 연극제”에 참가하고 있다. 그러면서 느낀 점은 서울 유수 극단들의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양적인 면에서는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지만 질적으로는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 차원에서 최근 순천 시립극단의 뮤지컬 ‘태백산맥’도 지방에서 안주해버리고 넓은 세상을 보지 못할 수 있는 그들에게 여러 가지를 비교 분석하고 한 차원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시간들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한편 서울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정극과 뮤지컬들이 지방 극장가들을 휩쓸고 지나가면 인적, 물적, 양적으로 열악한 지역의 극단들은 그들의 한계성을 느끼고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서울에 비해 재능 있는 배우들의 인적 차원과 모든 스태프 및 무대 메커니즘에 대한 양적·질적인 부족함은 많다.
하지만 그런 현실 속에서도 전국 단위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는 단체들도 이 지역에서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볼 때, 결코 재능만큼은 뒤떨어지지 않는 현실이다. 그런 입장에서 본다면 지역단체들도 얼마든지 전국화를 꿈꿀 수 있고, 또한 그런 기회들을 통해 자신들을 돌이켜볼 수 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그렇다면 지역 문화예술계 작품의 전국화를 위해 보완해야할 점은 무엇일까? 물론 인적·물적 자원의 보완과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 지역에도 연극영화, 음악, 무용, 국악학과들이 있고 해마다 많은 인재들이 배출되고 있지만 그들의 대부분이 서울 지향적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문화예술이 서울을 중심으로 발생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극영화 계열은 서울에서 활동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고, 졸업 후 거의 대부분이 서울로 향하고 있다.
예능 인재들이 부족하고, 물적 자원과 지원의 한계성. 이것이 전국과 세계로 뻗어나가고자 하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예향광주를 꿈꾸는 우리 현실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렇다고 시도도 해보지 않고 언제까지 서울에서 오는 공연만 관람해야 하는가? 이래가지곤 지역 공연의 발전은 언감생심이다.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이러한 ‘해바라기 식’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문화예술회관과 빛고을 공연장 등을 찾는 관람객은 140만 광주시민 중 1년내 2~3만 명뿐이었다. 의향, 미(맛)향, 예향의 삼대 성향을 가진 광주가 예향의 도시를 잃어버린 것이다.
우리 것을 만드는 예술인들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로 서야 한다. 채찍질만이 아니라 당근도 주면서 잘한 것에 대한 칭찬도 인색하지 않을 때 비로소 세계를 지향하는 진정한 예술이 바로 서지 않을까 싶다.
이 지역의 예술 지킴이들은 주어진 환경과 여건만 탓하지 말고 가야할 길과 몫을 다해야 한다. 요즘 추세는 국제적으로 문화 콘텐츠가 정신과 정서의 세계를 지배해 가고 있다. 아이돌과 한류의 열풍이 그 예라고 볼 수 있다.
이 지역도 아시아문화예술의 전당이 준비되고 있고,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한 준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때에 국가차원이니 지자체 차원이니 이런 것만 따지고 있을게 아니라 부지런히 이 공간을 채울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가장 지역적 특색을 살릴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게 바로 전국적이고 세계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