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 2번'의 극적 부활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10일 전 당원투표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기존의 '무(無)공천' 방침을 뒤집고 6.4 기초선거 공천으로 전격 회군했다. '무공천 필패론'이 팽배했던 기초선거에 다소 숨통이 트이게 된 셈이지만, 무공천을 지렛대로 통합에 합의했던 김한길-안철수 두 공동대표의 리더십은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 특히 '약속을 지키는 새 정치'를 내세우며 무공천을 고집스럽게 고수해온 안철수 대표는 신당 창당 후 첫 시련에 봉착했다.
기호 2번 부활…'두 개의 룰' 사라진다
'공천'으로 결론난 이번 투표는 기초선거 무공천을 유지할 경우 '두 개의 룰'로 선거를 치르게 돼,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당 안팎의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명분'보다 '실리'를 택한 셈이다.
끝까지 무공천을 고수했다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출마자들은 당을 집단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그러나 '기호 2번'의 극적 부활로, 새누리당을 비롯한 여타 정당들이 새정치민주연합의 무공천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누리긴 어려워 졌다. 무소속 난립으로 인한 야권 지지자들의 혼란 역시 줄어들게 됐다.
당원들은 압도적으로 공천을 택하고, 반대로 국민 여론조사에선 압도적 무공천 결과가 나올 것이란 전망과 달리, 여론조사에서 무공천 의견(50.25%)과 공천 의견(49.75%)이 엇비슷했다는 점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당원들은 물론 야권 지지자들도 '불평등한 게임'을 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꽤 높았던 셈이다.
당장 '무공천 U턴'을 주장했던 당내 강경 성향 의원들은 반색하고 있다. 정청래 의원은 "공천, 무공천을 원했던 차이를 녹여 이제 기호 2번을 달고 박근혜 정권을 심판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대동단결할 때"라고 환영했고, 박지원 의원도 "당원과 국민 의사를 물어 결정한 것은 새로운 새 정치"라며 "당당한 2번으로 승리의 길로 매진해야 한다"고 했다.
한 풀 꺾인 안철수표 '새 정치'…정치적 타격 불가피
그러나 기초선거 무공천을 연결고리로 통합을 결정했던 김한길-안철수 '투톱' 체제는 리더십 위기에 봉착했다. 특히 기초선거 무공천을 '약속을 지키는 새 정치'의 상징으로 고집스럽게 주장해온 안철수 대표의 정치적 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무공천에 대한 당 안팎의 반발이 커지자 '당원 투표 및 여론조사'란 승부수를 던졌지만, 자신이 주장해온 새 정치의 '신념'과 반대 방향의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의 재검토 결정을 두고서도 결정적일 때 발을 빼는 '철수(撤收) 정치'란 비판이 잇따랐고, 이는 당내 리더십은 물론 차기 대선 후보로서의 무게감에 상처를 냈다. 당원 및 국민 여론에 배치되는 결정으로 지방선거 목전까지 큰 혼란을 줬고, 이번엔 결과적으로 자신의 '약속'을 뒤엎는 모양새가 돼 이미지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지방선거 D-55, '논란 수습' 리더십 보여야…'진짜 시험대'는 지방선거
특히 이번 투표는 안 대표에 대한 사실상의 '재신임'의 성격이 강했다. 안 대표 스스로도 한 때 투표 결과에 "대표직을 걸겠다"는 뜻을 전했지만, 당 지도부가 적극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번 결과가 안 대표의 거취 문제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가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지도부 공백에 대한 현실적인 위기감이 큰 데다, 무공천 철회를 주장했던 쪽에서도 "선거를 앞두고 적전분열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대표 측 핵심 인사 역시 "공천 결론을 대표 거취와 연결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지지 기반이 없는 안 대표의 신당 연착륙은 더욱 어려워졌다. 반면 '무공천 철회'를 압박해온 친노(親盧) 그룹은 변함없는 세를 과시하며 통합 과정에서의 '친노 소외론'의 반전 계기를 마련했다.
문제는 김한길-안철수 두 대표가 신당 창당 이후 계속되어온 '무공천 논란'을 어떻게 매듭짓고 향후 정치적 리더십을 보이느냐다. 논란 끝에 공천을 한다 해도 선거 결과가 나쁘면 당내 여론의 표적은 '무공천 논란'의 촉발자인 안 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투표 결과로 안 대표가 합당 후 첫 번째 위기에 봉착했지만, '진짜 위기'가 올지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달린 것이다./시민의소리=프레시안 교류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