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가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였던 국가미래연구원(원장 김광두 서강대 교수)에 보낸 기고문에서 이른바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 국정조사에 대한 박 대통령의 태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교수는 지난 18일 저녁 국가미래연구원 누리집에 기고한 '비리와 의혹을 계승한 정권' 제하 글에서 "박 대통령은 자신이 이명박 정권과는 다를 것임을 은연 중에 강조하면서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당선된 후에 보여 준 모습은 당선 전과는 180도 달랐다"며 "박근혜 정권은 전 정권 하에 있었던 비리와 의혹을 털어내기는커녕 통째로 승계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4대강 사업, 자원외교 등 이명박 정권 역점 추진 사업에 대해 비판하면서 "상황이 이쯤 되면 새로 들어선 박근혜 정부가 강도 높은 조사를 했었어야 한다"며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그런 것을 전혀 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자방' 비리 등 곤란한 사안에 대해선 도무지 아무런 말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이어 "대통령 지시 없이는 아무런 일도 못하는 장관들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며 "도무지 이게 살아 있는 정권인지, 아니면 숨만 붙어 있는 식물정권인지 알 수가 없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 교수는 "박근혜 정권은 이명박 정권과 '샴쌍둥이'가 된 셈이다. 사정이 이러해서 박근혜 정권은 전 정권 하에서 일어났던 비리와 의혹을 건드릴 수가 없는 것"이라며 "하지만 정권 5년은 덧없이 빨리 지나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정리하지 못한 '사자방' 비리와 의혹은 다음 정권에서 다루어 질 것이고, 그러면 박근혜 정권도 '사자방' 비리의 당사자로서 심판대에 오를 것이다.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이명박 정권만큼 비리 등 많은 문제와 각종 의혹을 남긴 정부도 없을 듯하다"며 "이명박 정권이 이 3개 사업(사자방)에 쏟아 부은 혈세는 100조 원에 달한다"고 했다.
그는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목적도 용도도 불분명한 4대강 사업을 법이 정한 절차를 어겨가면서 강행하더니 예상했던 대로 대재앙을 초래하고 말았다"고, 해외자원 개발 사업에 대해서는 "추악한 생얼굴을 그대로 드러내고 말았다. 해외자원 개발에 참여했던 공기업들은 수십조 원을 허공에 날려 보내고 심각한 부실상태에 빠져 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사자방'의 당사자인 이 전 대통령은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는 것 같고, 새누리당의 친이계 중진들은 국정조사는 결코 있을 수 없다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며 "한 친박계 의원이 '사자방이건 호랑이방이건 들어가면 다 죽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 말이 현재 여권의 사정이라고 보면 정확할 것"이라고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의 말을 인용해 여당의 무기력한 상황을 비판했다.
이 교수는 박 대통령과 함께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지냈고, 대선캠프에서도 정치쇄신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지난 9월 중순에는 박영선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이 교수를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당 대표 권한대행)으로 영입하려 했고, 이 교수도 수락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글이 올라온 곳이 국가미래연구원 누리집인 것도 눈길을 끈다. 미래연은 박 대통령 당선 이전까지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으나 현재는 독립적 연구단체를 표방하고 있다.
미래연 원장인 김광두 교수는 박 대통령의 대표적인 '개국공신'으로 꼽히는 인물이지만,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담뱃값 인상은 증세"라거나 "개혁은 기득권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기득권층 설득을 위해 정치지도자가 나서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하는 등 소신 발언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