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광주, 참여하는 자치도시를 지향하기 위한 시민들의 목소리는 무엇일까? <시민의 소리>는 다양한 분야의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100명의 시민에게 릴레이로 ‘시민의 소리’를 듣는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광주의 발전과 미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과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본다. /편집자 주 |
인생이 여행이고, 여행이 인생이다
박정웅 씨는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사이에 ‘자전거로 지구 한 바퀴 반’ 이라는 긴 여정을 출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중국에서 시작해 동남아, 중동, 유럽, 아프리카, 호주로 넘어가 워킹홀리데이로 경비를 충당한 후 아메리카, 남극, 북극, 알래스카, 아이슬란드, 북유럽, 러시아,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이 루트다. 7년에서 10년 정도 걸릴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세계지도 안에 자신이라는 사람을 던져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의 팔목엔 세계지도가 그려져 있고, 이와 함께 ‘인생이 여행이고, 여행이 인생이다’라는 자신의 가치관을 문신으로 새겨 넣었다.
또한 등에도 세계지도가 있는데, 그가 여행한 국가에서 느낀 감정들을 이 세계지도에 색칠할 계획이다. 여행의 발자취와 이야기들을 등에다 새긴다는 것이다.
정웅 씨는 남들이 느껴보지 못한 특별한 ‘경험’들이 앞으로 자신의 인생에 앞잡이를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6살의 젊음을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100명과의 대화 서른일곱 번째 순서는 박정웅 여행가의 이야기다.
-영산강이랑 광주천을 최대한 살려보고 싶습니다.
서울에서 자취생활을 약 6개월 정도 했었는데 그때 한강만 가도 사람들이 텐트나 돗자리를 깔고 치킨을 시켜먹는 등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도 보였어요. 가족들과 연인과 친구들과 잔디밭에 앉아서 먹을거리를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더라고요. 그러다 광주에 왔는데 그런 모습을 많이 보지 못했어요.
전국일주 여행을 할 때 포항은 형산강 주변에 조형물 등을 많이 세워놔 볼거리를 만들어놨고, 영덕은 대게로 유명하니까 대게 조형물을 이용해서 자기 지역 특색을 살려놓았습니다. 영산강이나 광주천도 충분히 그렇게 발전시킬 수 있는데 아직 그런 단계가 아닌 것 같아서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걷기 좋은 것도 아니고, 지압판이라도 있으면 걷는 분들이 있을 텐데 그런 것이 전혀 없으니까요.
영산강을 자전거로 달리더라도 볼게 없어서 앞만 보고 달리게 됩니다. 편의점도 없어서 물을 사먹지 못하고, 먹을거리도 미리 따로 챙겨 와야 합니다.
영산강 중간 중간에 음식점이나 편의점이 있다면 약속장소를 그곳으로 잡아서 밥을 먹거나 자전거를 타고, 목이 마르면 물도 마실 수 있겠죠. 편의시설이 좀 더 확충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문화도시답게 예술을 전공하는 대학생이나 예술가들이 만든 작품을 광주천이나 영산강에 전시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시민들이 지나가다가 관심가질 수 있잖아요.
그리고 영산강과 광주천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에게 더 의미 있게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여행을 많이 좋아하고 즐기는 입장에서 광주는 여행지로서 어떤가요?
-여행지로서는 아직 많이 부족하죠. 저번에 대구에서 아는 분이 이곳에 놀러온 적이 있습니다. 20년 이상을 광주에서 살아왔지만, 소개시켜 줄만한 곳이 딱히 없더라고요.
그래서 양림동 역사문화마을을 갔는데 안내판도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고, 지금 우리가 있는 현 위치를 모르니까 어디로 가야할지 헤매게 되더라고요.
광주는 아직 어느 길을 따라 뭘 보여줄 수 있는지에 대한 코스가 부족하다고 봅니다. 대구에서는 관심 있는 몇몇 사람이 관광코스들을 짜서 시민들에게 알려주고, 타지역에서 온 사람들에게 홍보도 많이 합니다.
그리고 광주가 기존에 있는 것을 부수고 계속 뭔가를 지으려고만 하는 것이 싫습니다.
최첨단 건물들은 다른 곳에 가도 다 있는 것이니까, 시민 입장에선 다른 지역에서 온 손님들에게 소개해줄 것이 없어지는 것이죠.
-시장님이나 관광담당공무원들이 순천을 가봤으면 좋겠어요. 순천은 갈 때마다 눈에 띄게 달라지는 모습들이 보이더라고요.
2011년도에 순천에 갔을땐 역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올해 가보니까 역 주변에 게스트하우스들이 많이 생겼더라고요.
게스트하우스가 생겼다는 것은 순천의 문화가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내일로’ 기차여행 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여행문화 콘텐츠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책상에 앉아서 펜만 굴리며 뭔가 해보려고 하지 말고 직접 여행가서 보고, 배워왔으면 좋겠습니다.
순천만 갈대밭이나 정원박람회, 낙안읍성, 드라마세트장 등이 순천으로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데 큰 몫을 했어요. 하지만 찾아가기 힘들다면 다 말짱 도루묵이죠.
그래서 이런 명소들을 찾아가기 위한 버스노선들이 버스정류장에 잘 나와 있더라고요.
낙안읍성을 가려면 몇 번을 타야하고, 어디에서 내려야 한다는 것이 잘 돼있어서 사람들이 더 많이 찾는 것 같습니다.
▲이제 광주가 아시아문화허브로서 아시아문화전당 개관을 앞두고 있는데, 이곳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최근 문화전당에 대해 많이 듣고는 있지만, 별로 크게 성행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기존에 탄탄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이러한 큰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이 ‘우리 이번에 큰 프로젝트 하니까 와라’라고 하면 아무도 오지 않거든요.
U대회에 참가하러 온 외국 사람들이 대회가 끝나고 나서 솔직히 볼게 뭐가 있을까요. 광주에서 그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갈 수 있을까 우려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기존에 있는 문화 기초들이 단단하게 갖춰져 있지 못한 상태에서 큰 것만 노리려고 하니까 큰 대회가 열리더라도 성행할 것 같지 않더라고요.
제가 만약 시장이라면 문화전당을 연기하는 한이 있어도 기존의 문화를 발전시켜 볼거리를 만들고, 광주시민뿐만 아니라 타지에도 알리는 등 차근차근 진행할 것 같습니다.
양림역사문화마을이나 광주천, 충장로 등을 활성화시키고 그 다음에 문화전당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전당이 1순위라고 보지 않아요.
▲광주광역시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이제 곧 긴 여행을 떠납니다. 이 여행을 통해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을 광주시와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여행지에서 배운 것을 광주시에 전달해 필요한 것은 받아들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한 광주에서 뭔가 재미있는 것이 생기고, 그것을 팜플렛으로 보내준다면 이를 통해 광주를 홍보하려고 생각중이에요.
서로 win-win 할 수 있도록 관심 가져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