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광주, 참여하는 자치도시를 지향하기 위한 시민들의 목소리는 무엇일까? <시민의 소리>는 다양한 분야의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100명의 시민에게 릴레이로 ‘시민의 소리’를 듣는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광주의 발전과 미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과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본다. /편집자 주 |
김미숙 상담원을 만나기 위해 (사)실로암사람들 광주장애인가정상담소를 찾았다.
광주장애인상담소는 가정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사회적 편견에 노출돼 있는 가정폭력피해자에게 상담을 해주고, 개선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등의 지원을 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두 다리가 장애가 아니라, 불편한 환경에 직면했을 때 장애가 된다고 말했다. 그녀가 일하고 있는 상담소 안에선 전혀 불편함이 없다는 말을 들으니, 이 안에서 그녀는 장애인이 아닌 것 같았다.
이번 100명과의 대화 마흔일곱 번째 순서는 김미숙 광주장애인가정상담소 상담원과 대화를 나눠봤다.
▲만약 광주광역시장이 된다면 어떤 정책을 펼치고 싶나요?
-저는 장애인가정상담소에서 상담원으로도 일하고 있지만, 장애인권강사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초등·중등·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애인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요.
제가 강연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딱 하나에요. 바로 사람 보는 눈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것이죠.
만약 제가 시장이라면 사람을 먼저 볼 수 있는 눈높이에서 정책을 펼쳤으면 좋겠어요. 5·18행사 때 윤장현 시장을 가까이에서 볼 기회가 있었어요.
윤 시장이 키가 작은 편이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탁자 높이가 낮게 배치돼 있더라고요. 제가 시장이었다면 경사로도 없고, 마이크 높이도 유동적으로 해놨겠죠.
그리고 아이들에게 장애예방교육이라고 해서 5가지만 지키면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가르치는데, 사실 장애인의 10명 중 8~9명은 병이 있고, 아파서 된 경우가 많아요.
사고를 당해 장애인이 된 사람은 1~2명이죠.
따라서 나이를 먹으면서 병이 생기고, 그래서 장애를 갖게 될 수 있어요. 장애인이 사고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젠가 나도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것에 대해 예방해야 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눈높이를 바꿈으로 인해 뭔가 색다른 부분이 나올 수 있고, 또 그것이 시의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에요. 시장의 마인드에 따라 정책의 방향성이 세워지는 것이니까요.
▲장애인이어서 가장 불편한 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진짜 장애가 뭘까에 대해 항상 고민해요. 제가 일하고 있는 상담소에 오면, 제가 휠체어를 타고 있는 것에는 변함이 없지만 일하는데 전혀 불편한 점이 없어요.
문턱도 없고, 컴퓨터로 일하고, 장애인 화장실이 있고, 전화 받고, 상담하는 일을 하니까요.
여기서 일하고 있는 동안엔 휠체어를 탄다고 장애가 되지 않아요. 하지만 출퇴근할 때는 교통수단을 이용하기 불편하니까 휠체어 탄 것이 장애가 돼죠.
불편한 상황들이 장애가 되는 것이지, 제 두 다리가 장애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광주광역시의 리더인 시장이 이러한 눈높이로 장애에 대해 접근했으면 좋겠어요. 경사로가 없는 세상을 만든다면, 모든 사람들에게 편안할 것이에요.
굳이 장애인만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는 인식을 시민들이 가질 수 있도록 시에서 노력해줬으면 해요.
▲장애인 가정 상담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장애인가정상담소는 가정폭력으로 긴급지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언어나 심리적인 폭력을 당했을 때 그런 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용도로 상담소를 이해해요.
장애인 가정폭력이란 말 자체가 일반적인 가정폭력과 성격이 달라요.
보통 가정폭력이 배우자를 통해 일어나는 경우가 90퍼센트 이상 된다면, 장애인 가정폭력은 친인척으로 인한 폭력인 경우가 많아요.
또, 여자 대 남자의 비율이 7대3으로 남성 장애인의 비율이 높죠. 하지만 폭력을 당한 남성 장애인에 대한 쉼터가 잘 안 돼 있어요.
남성이긴 하지만 가정폭력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것 같은데, 피해자 보호시설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실상 정책으로 연결되기는 어려운 현실이에요.
그리고 우선 급하다보니까 일단 소규모 시설에 피해자들을 모아 그룹홈(group home) 형식으로 보호를 하게 돼요.
현재 대규모 시설을 소규모화해서 줄여가는 추세인데, 그룹홈 형식으로 10명 또는 5명 정도 일반 공동생활가정으로 바뀌는 구조에요.
그러다보니 평생을 대규모 시설에서 지원받고 보호받으며 살아왔던 사람들이 훈련할 시간도 없이 바로 독립, 자립생활 하게 되는 것이죠. 거기에서 또 성폭력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요.
공동생활가정엔 1명의 선생님이 있는데, 선생님이 퇴근하면 나머지 시간은 거주인끼리 보내게 돼요. 하지만 훈련이 되지 않은 상태여서 성폭력 피해가 발생하는데, 더 큰 문제는 그것을 피해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에요.
이런 문제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성폭력 피해를 통계내고, 정책을 제안해 대안을 구상해 가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이밖에 또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광주에서 시행하고 있는 정책들이 어떤 것이 계획됐고, 좋은 결과가 나왔다거나 그다지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 등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매체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잘했으면 어떻게 잘했는지 칭찬하고, 문제가 있다면 신랄하게 비판하는 등 광주시의 정책에 대해 해설해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관심이 갈 것 같아요.
그리고 장애쪽으로 국한시켜 정책을 펼치면, 장애인들도 다른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는 것을 같이 고민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가 공유되고, 모든 광주시민들이 광주시의 정책들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구조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