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과의 대화(58) 김정아 광주교통방송 ‘낭만이 있는 곳에’ 라디오 진행자
100명과의 대화(58) 김정아 광주교통방송 ‘낭만이 있는 곳에’ 라디오 진행자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5.10.11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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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기획자 마음 넓어져 베풀어야 한다
문화행사, 처음엔 작아도 나중에 커져야
다양한 축제, 중심축 가지고 끌고 갔으면

김정아 진행자를 만나기 위해 북구 동림동의 한 카페를 찾았다. 그녀는 다방면에서 다양한 끼를 가지고 있다. DJ로 시작해 지금까지 왔다고 했다. 그녀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문화를 기획하는 사람들을 향해 따끔한 말들을 뱉어냈다. 어디선가 분명 들어봤을 법한 목소리다.
이번 100명과의 대화 쉰여덟 번째 순서는 김정아 라디오 진행자의 이야기다.

▲당신이 광주광역시장이라면 어떤 정책을 펼치고 싶나
-저는 지금 라디오DJ면서, 작가면서, 그리고 광주재즈협회에서 일하며 재즈공연 사회도 보고 있습니다. 광주를 예향의 도시다, 문화수도다 말은 많이 하는데 정작 공연을 해보면 너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너무 밥그릇 싸움을 한다고 할까요.

원래 공연이라는 것이 나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보러 와주는 사람을 위해 하는 것이고, 그 사람들이 즐겁고 재밌으면 다 좋은 것입니다. 하지만 공연해보면 그렇지 않아요.
공연하는 사람들은 그 나름대로 힘든데, 위에서 집행하는 사람들이 너무 자기 위주입니다.
제가 만약 시장이라면 그런 것들을 투명하게 만들어서 정말 공연하고 싶은 사람들이 잘 할 수 있게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전주 한옥마을을 가봤는데, 드는 생각이 ‘이게 예향이지 않을까’였습니다.
전주는 들어가는 입구 IC부터 기와로 돼 있더라고요. 그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도시의 특징을 명확하게 나타낼 수 있는 것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광주는 전국에서 최초로 비엔날레를 개최했거든요. 하지만 이것을 표현하는 방법이 틀린 것 같아요.

또 지역 유산이 될 수 있는 행사나 축제를 감독하고 기획하는 사람 중에는 광주사람이 없습니다. 서울이나 외지사람들이 와서 기획을 하고, 정작 혜택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바닥에서 일하고 있죠. 예술 하는 사람도 먹고 살 수 있어야 지속해 나갈 수 있을텐데, 광주에서 예술 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너무 순진합니다. 자기 일들만 열심히 합니다.
집행하는 사람, 즉 돈으로 풀어갈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지역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죠.

물론 비엔날레가 세계적인 행사긴 하지만, 광주사람이 가지고 있는 혼을 자연스럽게 풀어나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광주에서 하는 축제를 보면 지역사람들이 감독하는 것을 못 봤어요. 조금 어설프더라도 지역 사람들이 즐길 거리를 만드는 것이 집행하고 기획하는 사람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규모만 크게 할 것이 아니라 내실을 다지고, 장기적으로 끌고 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지금의 아시아문화전당도 오랜 시간을 들여 건물들을 새로 짓고 내세우는 그림도 크지만, 막상 들어가 보면 기대에 많이 어긋나더라고요.
광주국제영화제도 처음에는 크게 열렸다가 점차적으로 작아지더니 지금은 하는지 안 하는지도 모를 정도가 돼버렸어요. 처음에는 작게 시작했어도 나중에 커져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행사를 집행하고 기획하는 사람들이 내실 있고 장기적으로 끌고 갈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네요.
-맞습니다. 기획하고 집행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넓어져야 합니다. 지금까지 받으면서 자리에 올랐으면 받은 만큼 베풀어야 순환되고, 돌고 돌 것입니다. 내가 무언가를 배웠으면, 내 것이라고 생각하며 가지고 있기 보다는 이것을 풀어서 내어주고 같이 공유할 때 사회가 더 좋아지고 풍부해질 것이에요.

저는 DJ부터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충장로에 음악다방이 20개가 넘게 있었어요.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음악을 많이 들었던 것이죠. 하지만 지금은 다 사라지고 충장축제 기간에만 딱 하나 운영되더라고요. 시대가 변할수록 좋은 것은 없어지고, 편한 것만 남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편해지긴 하는데 반대로 물이 말라가는 것처럼 정도 메말라가고 사람도 메말라가는 것 같아요.

노인들이 노는 것을 보면 지하상가에서 바둑이나 장기를 두는 것이에요. 갈 곳이 없기 때문이죠. 결국 젊은 사람들에 비해 노인 수가 늘어날 것인데 갈수록 도시가 삭막해져 간다는 것이 걱정이에요. 죽어가는 도시를 살리기 위해서는 보여주기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참여하고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공연들이 많아져서 순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광주에서도 다양한 축제나 행사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가야할까요?
-중심축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전에 장흥물축제에 구경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 이 축제는 장흥전통시장 안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만들었다고 해요. 하지만 정작 축제하고 보니까 다른 도시에서 온 사람들이 돈은 다 벌고, 오히려 전통시장 안에 있는 사람들은 돈을 별로 벌지 못했다고 합니다. 충장축제도 충장로에서 열리는데 충장축제 기간에 보면 전국의 모든 장사치들이 다 오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금남로와 충장로 상인들이 돈을 벌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또한 전통성을 가지고 가야합니다. 충장축제를 보면 광주스러운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충장로 상인들은 그 기간에 장사가 잘 되면 다행이고, 그저 사람 많은 것만으로도 고마워하고 있어요. 전국적으로 차 없는 거리, 벼룩시장 같은 것들이 추세인 것 같아요. 하지만 일관성 없이 ‘남이 하니까 우리도 한다’라는 방식은 버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인시장 상인들은 새벽 5시에서 6시에 나와서 밤이 되기 전에 들어갈 준비를 합니다. 하지만 야시장은 상인들이 다 들어간 후 밤에 열리죠. 외국처럼 우리나라 시장도 밤에 열어야 합니다. 야시장에 구경 왔다가 들어갈 때 장봐서 들어가는 구조가 돼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 연계가 안 되고 있기 때문에 낮에는 파리 날리고 저녁에만 사람이 많은 형태죠.
그렇게 되려면 시장상인들도 야시장이 더 활성화된 대인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문화수도가 되려면 문화 쪽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이기주의를 버리고 서로 베풀고 배려하고 나누는 것들이 확산돼야 합니다.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앞을 내다보면 분명 자신을 포함해 광주 전체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바로 성과를 내기 위해 투자하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끌고 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10년 전에 시작한 것이 아직까지도 하고 있다고 하면 얼마나 즐겁고 반가울까요.

따라서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문화만큼은 공무원도 문화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를 오랫동안 두고 꾸준히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죠. 새로운 사람이 오더라도 쓰러지지 않을 만큼 충분히 키워놓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돈의 흐름도 알고, 축제의 방향성이나 개선해야 할 점을 고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혁신은 무조건 새로 바꾸는 것이 혁신이 아닙니다. 혁신은 전문가가 하는 것이죠. 모르는데 어떻게 혁신을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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