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과의 대화(71) 이규환 사랑의음악회 대표
100명과의 대화(71) 이규환 사랑의음악회 대표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6.01.13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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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계층 자존감 살리는 문화적 접근에도 신경써야
자기만의 정책 아닌 시민이 요구하는 정책
시민과의 대화 초점 맞춰 시민 애환 달래줬으면
더불어 사는 광주, 참여하는 자치도시를 지향하기 위한 시민들의 목소리는 무엇일까? <시민의 소리>는 다양한 분야의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100명의 시민에게 릴레이로 ‘시민의 소리’를 듣는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광주의 발전과 미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과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본다. /편집자 주

이규환 사랑의음악회 대표는 목사다. 이 대표는 광주의 모 요양병원 원목(院牧)으로 있으면서 사회적 소외계층에게 문화적 접촉을 통해 삶의 가치를 부여하고, 자립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복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가 대표로 있는 ‘(사)사회복지균등실현을 위한 사랑의음악회’는 지난 2006년 법인을 설립해 올해로 10년째가 됐다. 사랑의음악회는 문화콘텐츠를 개발하고, 문화예술 행사를 지원해 어려운 사람들을 흥겹게 만드는 프로젝트들을 펼치고 있다.
이번 100명과의 대화 일흔한 번째 순서는 이규환 사랑의음악회 대표의 이야기다.

   
 
▲만약 당신이 광주광역시장이 된다면 어떤 정책을 펼치고 싶나.
-‘사랑의음악회’의 정식명칭은 ‘사단법인 사회복지균등실현을 위한 사랑의음악회’입니다.
진정한 복지는 사람이 사람다운 삶의 가치를 회복시켜 주는 것입니다.
의욕 상실된 사람들에게 삶의 가치를 부여해서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고 동기를 불어 넣는 것이지요.

장애인을 비롯해 많은 소외계층이 문화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삽니다. 밥 먹고 살기도 바쁠뿐더러 국가 복지시스템도 의식주에 초점을 맞춰서 프로그램이 진행되니까요. 아무리 배불러도 얻어먹으면 행복하지 않습니다. 국가가 정책을 통해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자존감을 살려줄 수 있도록 행복감, 그리고 의식주와는 다른 정서적이고 문화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생산적 복지라고 하면 뭔가 수익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오히려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통해 인간 삶의 가치를 낮아지게 만들고 있습니다. ‘당신은 국가의 혜택을 받는 사람이야’라는 인식을 가지게 하면 혜택을 받는 사람은 행복할 수 없습니다.

방법론에 있어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모든 종교는 대동소이 합니다. 긍휼과 자비, 복지, 구제, 나눔 등이죠. 모든 종교단체는 마땅히 복지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삼아야 합니다.
원래 하나님의 성격적 논리는 나눔과 베품, 그리고 긍휼이었습니다. 그것이 복지의 참된 가치인 것이죠. 그렇게 본다면 사회복지라는 것은 종교인들이 반드시 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복지사업을 하기 위해선 자원이 필요하니까 국가로부터 자원을 받을 수 있어요. 큰 교회일수록 국가 지원을 받기가 쉽죠. 하지만 교회자산으로 어려운 사람을 돕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교회자산은 놔두고 국가자산을 받아와 사업하는 것은 약간 문제가 있다고 봐요.
사회적 소외계층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뭘까 고민하다보니 이 사람들에게 빵 하나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자존감을 회복시켜주고, 자립할 수 있도록 삶의 의욕을 고취시키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2004년부터 스스로 ‘딴따라 목사’를 자처하게 된 것이죠.

▲(사)사회복지균등실현을 위한 사랑의음악회는 문화콘텐츠를 개발하고, 문화예술 행사를 지원해 어려운 사람들을 흥겹게 만드는 프로젝트들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말 사랑의음악회가 열었던 송년음악회.
▲자존감을 살릴 수 있는 복지에 대해 강조했는데, 또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어느 곳이든 지도자가 혼자서 모든 일을 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지도자가 가진 시정철학이 적용되긴 하겠지만, 모든 것을 한 번에 뒤집을 수는 없다는 것이죠.
아직도 지나치게 관 주도 하에서 복지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예산을 따기 위해 충성해야 하고, 관이 요구하는 사업을 해야 합니다.
복지대상자들이 요구하는 일들이 이뤄져야 하는데, 만들어 놨으니 와서 이용하라는 것은 과연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헤아리고 있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죠.

복지 대상자에 의한 복지정책이 아니라 관이 만들어놓은 정책에 대상자들이 맞춰가야 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합니다. 시장이 바뀌면 싹 갈아엎고 새로 만드는 등 기존 정책들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이죠. 만약 시민들이 정책을 만들었다면, 시장이 바뀐다고 정책도 바뀔까요. 이런 문제들이 지자체에 있어 가장 큰 모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분별한 정책들, 인기 위주의 정책들에 의해 예산이 소모적으로 쓰여 지고 있는 것이죠.

따라서 정치지도자가 만들어 놓고 그 속으로 들어오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소외계층의 말을 듣고 그들 삶 속으로 들어가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모든 것을 다 해결해주긴 어렵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어렵기 때문에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에 지도자를 세우는 것이에요.
시장이 멋진 정책을 구상하고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만의 정책이 아닌 시민이 요구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최근 위안부 할머니 협의 문제만 보아도 정치지도자가 스스로를 보스로 착각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국민들이 리더로 세워놨더니 보스가 되려고 하는 것이죠.
국민들이 요구하는 부분을 적절히 이끌어 가라고 리더로 만들어놨는데, 막상 되고 나면 보스가 돼서 국민을 끌고 가려 합니다. 결국 우리가 만들어놓고 그들 앞에서 머리를 숙여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입니다.

윤장현 시장도 일부 특정한 사람들에 의해 정책들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주인될 수 있도록 시민과 소통의 장을 넓혔으면 좋겠어요. 시민이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시장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치인들이 보스가 아닌 리더가 돼야 한다는, 굉장히 중요하지만 어려운 문제에 대해 말을 해주었다.
-우리 광주를 보면 위대한 광주정신을 일부 정치인들이 도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광주정신을 정치 쪽에 잘못 가져다 붙이니까 광주의 정치력이 밑바닥으로 떨어진 것 같아요.
그만큼 시민의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정치인들의 폭넓지 못한 정치력 때문이죠.

정말 시민을 생각했다면 현재처럼 무분별한 탈당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결국 자신이 당선되기 위해 시민정신을 이용하는 사람들이지 시민을 위한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그런 부분에서 광주가 바로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윤장현 시장도 좀 더 시민과의 대화, 시민과의 접촉에 초점을 맞췄으면 좋겠어요. 단임으로 끝내겠다는 각오로 시민들의 애환을 달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죠. 광주는 역사적으로 배척당하는 도시였고, 시민들은 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윤장현 시장이 의술인이잖아요. 시정을 이끌어가고 있는 정치지도자로서 시민들의 이런 트라우마를 조금이라도 해소해주면 참 좋겠습니다.

시청 1층을 시민들에게 돌려준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결국 시에서 주도하고 있고 이는 시민에게 돌려준 것이 아닌 상황이 돼버린 것이죠.
만약 제가 시장이라면 시장실부터 없앨 것 같아요. 퇴근 한두 시간 전 시장실 앞을 보면 공무원들이 줄서있는 광경을 종종 봅니다. 시장에게 눈도장을 찍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업무보고를 하려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죠. 요새는 온라인으로도 다 결재가 되는데 말입니다. 민원인이 행정을 보기 위해 실무자를 찾아갔는데 결재 받으러 올라가 있어 일을 못 본다면 잘못된 것이죠.

▲윤장현 시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시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윤장현 시장의 인품이 아니라 리더십입니다. 윤장현 시장은 떠난 후에 시민들이 그리워 할 수 있는 시장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시민들과의 소통에 신경쓰고, 시민들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시장실에 한 번 갔다 오면 마치 출세한 것처럼 과시의 도구로 쓰여지지 않고, 저변의 시민들이 마음껏 찾아가서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만들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렵더라도 시도를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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