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광주, 참여하는 자치도시를 지향하기 위한 시민들의 목소리는 무엇일까? <시민의 소리>는 다양한 분야의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100명의 시민에게 릴레이로 ‘시민의 소리’를 듣는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광주의 발전과 미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과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본다. /편집자 주 |
잠에서 깨어난 개구리의 얼굴을 씻기라도 하듯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 경칩 날 김재홍 사회복지사를 만났다.
그는 사회복지사라는 자격을 얻은지 9년째가 됐으며, 광산구의 지체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있다. 또한 민주노총광주 일반노조 보람의집 지회장으로서 7년째 그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던 그가 사회복지사로서 어떻게 노동조합에 가입하게 됐는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광주광역시의 복지정책과 윤장현 시장에게 바라는 점도 함께 들어보았다.
요즘 한창 사회복지 관련 종사자들이 이용자들에게 각종 폭행이나 협박을 받는다는 사고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지만 그는 그래도 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인권이 강화되었다는 점을 복지정책의 잘된 점으로 보았다.
그가 종사하는 곳은 지체장애인들이 있는 곳이라 중증인 경우 몸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용자들이 많다. 옆에서 하나에서 열까지 다 챙겨줘야 하는 수고로움도 있지만 한 인간에 대한 예우를 한다는 데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대부분 시설 이용자들은 가족들이 방치하다시피 놔두고 연락도 한번 없이 지낸다. 그러다가 돌아가시면 연고를 수소문해 찾아와서 사망시 남기고 간 장애수당을 받아가는 가족들도 있다. 이들에게는 한마디 해주고 싶지만 꾹 참기도 한다.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있기에 약자들이 사람답게 생활 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오늘도 야간 근무를 마치고 인터뷰에 응해 주었다.
이번 100명과의 대화 일흔일곱번째 순서는 사람냄새 폴폴 나는 김재홍 사회복지법인 태환원 ‘보람의집’ 사회복지사의 이야기다.
▲ 김재홍 사회복지사 |
▲ 만약 당신이 광주광역시장이 된다면 어떤 정책을 펼치고 싶나
- 정책이라고 하니깐 너무 어려운데 제가 생각하는 것을 말씀드리자면,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펼쳤으면 합니다.
가장 시급한 문제가 보육문제이구요, 비정규직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많은데 아시다시피 광주의 경제자립도가 매우 낮은 편입니다. 세수를 늘려 예산을 확보해야 할테고 절약을 해서 예산낭비를 막아야 합니다. 2호선 지하철 개발시 광주의 재정적자가 300억이 넘는다고 하는데 이런 일들은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나는 아무것도 않겠다”라고 했답니다. 그 말은 재임기간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 전 시장들이 저질러 놓은 사업들이라도 마무리를 짓겠다는 겁니다.
윤장현 시장도 처음에는 그럴 줄 알았는데 도시철도 2호선 개발과 관련해서는 다소 실망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성남의 이재명시장이 좋은 본보기라고 보는데 무상교복사업, 공공산후조리원, 성남시립의료원을 만들겠다는데 왜 윤장현 시장님은 그렇게 못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자영업자들을 위한 정책도 준비를 해야하는데 자영업자가 실패하더라도 재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면 합니다.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는 강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대기업들은 살아날 것인데 골목에 있는 자영업자들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면 살아남기가 힘듦니다. 성남같이 그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판매하는 것도 좋은 정책이라고 봅니다.
▲ 사회복지사로서 애로점이 있다면
- 저는 시설에서 근무를 하다보니깐 4일에 하루 야간 근무를 합니다.
시설에서 하루 꼬박 새며 이용자들을 돌보는데 낮과 밤이 바뀌니 적응하기가 아직도 힘듭니다. 그러다보니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일반인들과 다를 때가 있습니다.
지체장애인이 거주하는 시설이라 와상환자나 하반신마비, 뇌병변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함부로 대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몸으로 직접 부둥켜 안고 엎고 하다보니 근무하는 직원들의 손목, 팔목, 어깨나 무릅관절에 무리가 가고 통증이 심하여 좋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약자분들이 사람답게 생활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낍니다.
▲ 사회복지시설 사업장이 노동조합에 가입됐다는데
- 사업장에 근무할 때부터 노동조합에 가입 돼 있어 자연스럽게 노조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사회복지사도 노동자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에 대해서 안 좋은 생각을 하고 계시는 사회복지사분들이 많은데 노동조합에 가입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한 예로 예산이 없다보니깐 장애인 재검증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검증을 강화하여 장애등급을 2등급에서 4,5등급으로 떨구고 있습니다. 그러면 장애수당이 20만원에서 2만원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장애인들을 자립시키도록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번 설 명절 때 이렇게 자립이 되어 나가신 분한테 연락을 받았습니다. 너무 외롭다고 시설에 있을 때는 직원들과 함께 이용하는 분들과 명절을 보내니깐 쓸쓸하지는 않았지만 혼자 자립해서 나가 살다보니깐 외롭다는 겁니다. 원래 자립해서 나가 사는 분들을 돌보는 분들이 계시긴 하지만 그 분들도 명절이라 쉬다보니깐 그런 현상이 생기는 겁니다.
만약에 알콜중독자인 이용자가 자립을 해서 혼자 살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지 이런 정책을 낸 공무원들은 생각을 해 봤는지 궁금합니다.
저희 사업장은 민주노총광주 일반노조의 지회에 가입돼 있습니다. 항상 집회만 하고 과격한 행동만 언론상에 보이니깐 싫어하는데 한달에 한두번 4일에 하루 야간근무하고 쉴 때 맞춰서 집회에도 참석하고 업무에 지장없이 노조활동을 합니다.
▲ 사회복지사가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
- 광주에 30여개 사회복지 시설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노조에 가입한 곳은 5~6개 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회복지와 관련된 분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이 분들의 현장 경험이 정책에 반영된다면 더 좋은 복지정책이 만들어 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복지사분들도 분명 노동을 하고 있는데 사회 분위기상 봉사라는 의미를 많이 부과시킨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노조에 가입을 꺼려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또 복지시설원장과의 관계를 부담스러워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복지사로서의 본분은 다하면서 노조활동을 합니다.
노동법과 사회복지법이 상충할 경우 노동법을 따르긴 합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상 주 40시간 하루 8시간의 근무외에 연장근무 일4시간, 주12시간, 월48시간을 하도록 되어있지만 필요하다면 더 근무하도록 합니다. 무조건 노조가 때쓰고 사측에 강요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이 공생해야 회사도 살고 저희들도 사는 게 아닐까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 시설에 위탁이 된 이용자들 외에 바깥에는 아직도 많은 장애인들이 있습니다.
또한 이들을 보살피기 위해 사회복지 관련 종사자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사회에 소외된 계층과 바로 일선에서 마주보고 열악한 근무 조건에서도 보람을 찾으면서 열심히 종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들도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더 나은 복지정책을 펼 수 있도록 힘을 모았으면 좋겠습니다. 힘들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공정한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