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1일은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발달장애인법)이 발효된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러나 이 법을 절실히 요구한 당사자들에게는 피부로 와 닿지 않는 1년이었다.
발달장애인법은 2014년 11월 국회를 통과하여 2015년 11월 21일부터 법적인 효력이 발생한 발달장애인을 위한 법이다. ‘발달장애인’이란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를 포함하여 정상적인 단계에서의 발달의 부진이 현저한 장애인을 말한다.
법에서 구체적으로 지적장애인은 정신 발육이 항구적으로 지체되어 지적 능력의 발달이 불충분하거나 불완전하여 자신의 일을 처리하는 것과 사회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상당히 곤란한 사람을 말한다. 그리고 자폐성장애인은 소아기 자폐증, 비전형적 자폐증에 따른 언어·신체표현·자기조절·사회적응 기능 및 능력의 장애로 인하여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말한다. 그 밖에 통상적인 발달이 나타나지 아니하거나 크게 지연되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도 포함한다.
광주광역시에서는 2014년 발달장애인 관련 실태조사를 했었다. 그 자료에 따르면 광주에는 등록된 장애인 68,372명 중 6,053명(8.8%)이 발달장애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지적장애인은 5,482명, 자폐성장애인은 571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실태조사를 위한 표본추출된 643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 73.7%가 일상생활에서 항상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주조력자는 79.4%가 부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발달장애인 77.7%가 소득 경험이 없었고, 고용되었더라도 단순노무직에 월임금 40만8천원 내외로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발달장애인을 돌보다 직장을 그만두는 부모도 59.3%나 돼 궁핍한 생활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장애인들에 비해 발달장애인들은 인지능력과 의사표현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그렇다보니 활동보조인이 곁에 있어야 한다. 턱없이 부족한 활동보조인 때문에 부모가 24시간 함께 있어야만 한다. 발달장애인들 자신의 의사를 표현조차 하기 힘들다보니 부모가 아니면 제대로 표현할 수가 없다.
발달장애인은 고등학교까지는 교육기관에서 보내지만 졸업 이후에는 한정된(시설당 30명) 주간보호시설을 이용하거나 집에서 머무르게 된다. 점점 커져가는 아이들에 비해 부모들은 늙어가게 된다.
지난달 22일 경기도 여주에서 26년간 수발하던 발달장애 아들을 목졸라 죽이고 남편 손에 이끌려 자수하러 온 엄마의 사연이 주위를 안타깝게 한 바 있다. 또 앞서 20일에는 전북 전주에서 암투병 중인 아버지가 발달장애 아들을 살해 후 자신도 목숨을 끊는 사건도 벌어지기도 했다.
발달장애가 있는 자식을 둔 부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유는 본인이 자식을 끝까지 책임을 져야겠다는 마음가짐 때문이다.
그래서 발달장애인법이 발효된지 1년이 된 지난 11월 21일 엄마들이 목소리를 내게 됐다. 먼저 장애인부모연대는 9월 8일 토론회를 열었고 10월 20일에는 발달장애인 지원체계 마련을 위한 10대 정책 제안서를 광주시에 제출했다. 이 정책 제안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차원에서 진행되어 서울시에서는 지난 6월 14일 7개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 같은 정책 제안에 대해 11월 4일 광주시 1차 답변서에는 ‘다른 부서와의 협의나 검토 중’이라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후 실무부서와 2차례의 대화를 갖었으나 관련 부서의 무성의한 태도로 윤장현 시장과의 직접적인 면담을 요청하게 됐다. 정식적인 절차를 밟은 11월 21일 면담요청은 일정연기도 아닌 일방적인 불가 통보를 받았다. 이날 발달장애인법 1주년을 맞아 ‘광주광역시 발달장애인 지원체계 마련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과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광주광역시 발달장애 지원체계 마련 촉구를 위한 삼보일배’ 행사에 모인 군중들이 이에 분노, 시장실을 점거하는 일이 벌어졌다.
시청 점거 3일만에 10대 요구안을 광주시가 수용하기로 해 끝을 맺게 됐다.
그리고 광주시는 공식적으로 제안한 요구안을 실시 또는 추진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TF팀을 구성하여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논의하자고 했다.
광주장애인부모연대 김유선 대표는 “절실하고 절박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엄마들이 나서게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작년 7월 담낭암말기 판정을 받고 한달만에 발달장애 아들과 딸을 두고 저세상으로 간 엄마는 김 대표에게 “내가 하늘 나라로 가더라도 우리 아들, 딸 잘 있는지 지켜봐 줘”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발달장애인법은 ‘발달장애인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여 그들의 생애주기에 따른 특성 및 복지 욕구에 적합한 지원과 권리옹호 등이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발달장애인의 사회참여를 촉진하고, 권리를 보호하며,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번 발달장애인부모들의 적극적인 행동으로 발달장애인에게 관심을 갖게 된 광주시에서는 성의 있는 후속조치를 하루빨리 시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