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기반 전자상거래 플랫폼(e커머스) 기업 큐텐 계열사 티몬과 위메프가 판매자(셀러)에 정산금 지급을 지연하자, 시중은행들이 선정산대출 취급을 중단하면서 그 피해가 판매자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는 현재 신용카드 거래가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티몬, 위메프의 결제 승인·취소를 대행하는 PG사(결제대행업체)는 전날부터 기존 결제 건에 대한 취소, 신규 결제를 모두 막았다.
티몬, 위메프에서 고객이 숙박권, 항공권, 물품 등을 사는 건 물론, 이미 지불한 금액을 결제한 신용카드로 돌려받기 어렵게 됐다.
티몬 캐시의 페이코 포인트 전환과 해피머니와의 거래, 포인트 전환도 전날부로 중단됐다.
여행상품 판매 중단에 이어 백화점, 홈쇼핑 등의 소비재 판매도 잇달아 중단되고 있다.
위메프와 티몬에서 항공권, 숙박권, 렌터카, 각종 티켓, 여행패키지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여행사 등으로부터 취소 안내 또는 재결제 요청을 받고 있다.
주요 은행들은 판매자에 대한 선정산 대출도 일시 중단했다.
국민은행과 SC제일은행은 전날부터 티몬과 위메프에 대한 선정산대출 실행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선정산대출은 이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자 고객이 은행에서 판매 대금을 먼저 지급받고, 정산일에 이커머스가 정산금을 은행에 상환하는 것을 말한다.
이커머스는 통상 상품 판매 후 정산까지 길게는 몇 달이 걸리기 때문에 자금이 필요한 판매자들이 주로 이용한다.
은행들이 선정산대출을 중단한 이유는 해당 쇼핑몰에서 정산금 지연사태로 대출 상환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정산금 지급 지연으로 인한 고객들의 추가 피해를 막고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며 “건전성 관리뿐 아니라 고객 보호를 위해 일시적으로 중단한 것”이라고 했다.
위메프·티몬에 입점한 판매자들은 일단 미수금 정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로펌은 파산에 대비해 내용증명부터 발송하라며 집단 소송 참여를 안내하고 나섰다.
이날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미정산 문제는 민사상 채무 불이행 문제라 공정거래법으로 직접 의율이 어렵다”고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큐텐을 상대로 현장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다만 이는 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일 뿐 정산지연 사태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은 큐텐의 위메프 인수 신고를 공정위가 승인해준 것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기업결합과 관련해서는 경쟁 제한성 위주로 심사한다”며 “당시 경쟁 제한 관련 특별한 이슈가 없다고 판단해 승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