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저런 비주얼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다. 입이 떡 벌어질 장면이, 한 두 개가 아니라 열 개가 넘는다. 엄청난 스케일 · 더욱 실감나게 그려낸 변신과정 · 복잡한 몸체와 동작의 섬세한 묘사. 이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 상하이 시내를 온통 쑥밭 짓이기듯이 부셔버리고, 숲 속에서 너댓 개 거대로봇이 리얼한 액션동작으로 격렬하게 치고받고, 항공모함 하나를 통째로 양철통 작신 분질러 짓밟아서 불태워버리고, 이집트 룩소스 돌기둥 궁전을 짓뭉개서 박살을 내버리고, 그리고 마침내 여러 로봇이 서로 뭉쳐서 더 웅대한 로봇으로 변신하는 장면과 피라밋까지 왕창 무너뜨려버리는 장면들에선 숨마저 몰아쉬기 힘들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 . 1편의 참신함이 보여준 엄청난 충격으로 ‘뽕 한 방’을 미리 맞았던 경험이 있어 망정이지, 하마터면 숨넘어갈 뻔 했다. [쥬라기 공원1]에 뒤이을 또 하나의 ‘영상혁명’이라할 만큼 엄청나고 엄청났다.
그에 비해 시나리오나 캐릭터의 분위기는 겨우 중고등학생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비주얼이 너무나 엄청나서 그 유치함이 더욱 더 두드러진다. 안타깝다. 시나리오가 여기 저기 구멍이 뚫려 있고 스토리를 끌고 가는 그 분위기 자체가 쫀쫀하고, 미국의 애국적 영웅주의가 노골적이면서 유치찬란하다. 내겐 60년대 일본 만화영화 [철인 28호]와 [우주소년 아톰]이 이미지 메이킹 되어 있다. 큰 로봇은 장대한 웅장함, 작은 로봇은 아기자기한 정겨움. 그런데 거대로봇들이 쪼잔하게 어쩌구 저쩌구 구시렁대고 콩이야 팥이야 고시랑거리며, 심지어는 범블비가 애완견처럼 간질거리다 못해 눈물까지 펑펑 쏟아낸다는 게 닭살 돋도록 어색하다. 빨강·초록 쌍둥이로봇이 똘마니처럼 깐죽대는 것도 싫다. [스파이더맨2]의 옥토퍼스처럼 모양과 몸짓 또는 음향으로 얼마든지 스토리를 끌고 갈 수 있을 텐데 ... . 1편에선 실망함에 그쳤는데, 2편을 보고선 거대로봇의 장엄미는 아예 포기하기로 했다.
남자 주인공이 똘똘하기는 하지만, ‘지구의 위기’를 구해줄 영웅적 카리스마에서 너무 멀다. 동네 조무래기들의 착한 골목대장쯤에 지나지 않았다. 여자 주인공은 막무가내로 섹시하기만 하다. 1편에선 좀 빈티나면서 천박한 느낌이 있었는데, 요 2-3년 사이에 많이 성숙해졌다. 그 천박한 느낌이 오히려 촉촉하게 요염한 야성적 섹시함으로 농염하게 무르익었다. 그런데 그 농염해진 섹시함이 그저 혼비백산해서 마냥 내달리며 소리만 질러댔다. 그녀의 한계가 아니라 영화의 한계이다. [바디 히트]나 [원초적 본능] 비슷한 다른 영화를 기다릴 수밖에 ... . 조연들도 그 엄청난 비주얼 틈새에 끼어, 그저 그 틈새들을 메우는 땜빵질에 여념이 없다. 그러니 거대로봇의 비주얼 말고는 기대할 게 아무것도 없다. 그냥 그렇게 알고 눈요기만 즐기시라. 눈요기 하나는 정말이지 끝내준다.
이토록 엄청난 비주얼을 보여주는 능력에도 불구하고, 시나리오나 작품분위기는 어찌 겨우 이 정도밖에 잡아내지 못할까? [진주만] [아마겟돈] [더 록] [나쁜 녀석들1·2] [아일랜드]같은 그의 작품으로 미루어 보건대, 그가 대중재미를 위한 블록버스터 영화에 큰 재주가 있는 건 분명하지만, 정신연령은 스무 살 시절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놀라운 솜씨를 가지고 있지만, 그 재주에 도취해서 더 깊은 삶의 숙성에 관심도 없고 그걸 만날 기회도 없는 그런 종류의 사람인 것 같다. 미국 대중문화의 전형이다. 대중재미 A+ · 영화기술 A+ · 삶의 숙성 D0.
[트랜스 포머2]의 엄청난 비주얼이 [터미네이터4]의 비장한 장대함으로 숙성된 연출력까지 잘 갖추었다면, [쥬라기 공원1]의 감동과 전율을 넘어설 수도 있지 않았을까? [트랜스 포머2]와 [터미네이터4] 중에서, 어느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하나요? 중학생 딸아이는 숙성된 연출력의 [터미네이터4]를 택했다. 난 이래저래 망설이다가, 그 엄청난 비주얼의 [트랜스 포머2]를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