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시스템 전무·자구책 마련 시급
상품권 불법 유통이 현실로 드러났다. 광주시와 5개 구청은 “상품권 깡은 그저 소문일 뿐이다”고 일축했지만 취재 결과 암암리에 ‘상품권 깡’이 성행하고 있었다.
상품권 깡은 주로 각종 상품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업자와 재래시장 일부 상인이 손을 잡고 10~20% 수수료를 챙기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상품권 가맹점이 아니고선 은행에서 현금으로 교환이 안 되는 점을 교묘히 이용한 것. 이들은 상품권 이용에 대한 희망근로자들의 불만이 거세질수록 유통망을 넓혀나갔다.
유통업자 김모씨는 “한꺼번에 목돈을 만들어 상인들과 거래를 하기 때문에 한두 개 특정 상점하고만 거래를 할 수 없다”며 “상품권 이용으로 인해 상점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할 경우 세금을 많이 물거나 단속에 걸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고 귀띔했다.
김모씨는 “우리야 그래도 수수료를 10% 안팎으로 떼지만 상인들과 직접 거래를 하면 20%까지 수수료를 뗀다고 들었다”며 “그러나 한 번도 단속반이 나온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재래시장의 경우 아는 사람을 통해 알음알음 ‘상품권 깡’이 이뤄지고 있어 규모조차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다. 더욱이 일부 재래시장의 경우 상가번영회에서 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상품권을 현금으로 교환해주는 것을 교묘히 악용해 ‘상품권 깡’을 한 상품권을 현금화 하는 등 갈수록 ‘상품권 깡’이 진화하고 있다.
재래시장 번영회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한두 명의 상인들이 상품권 한다는 소문이 있어 조사 중에 있다”며 “오죽했으면 상품권 깡이라도 할 생각을 했겠나 싶어 마음이 짠하기도 하지만 어찌됐건 불법이니 만큼 철저히 단속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상품권 불법 유통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기도 하다. 한시적인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희망근로자들의 월급 30%를 상품권으로 지급했지만 가맹점 확보와 거스름돈 환급 거절 등 갖은 문제를 유발시키며 ‘있으나마나한 상품권’이란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더욱이 한 푼이 아쉬운 희망근로자들에게 매달 월급의 30%를 의무적으로 지출하라는 정부의 방침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
희망근로자 최모(55)씨는 “이왕 상품권으로 쓰라고 할 바엔 상대적으로 부담이 큰 공과금이나 전화세, 병원비도 넣어줘야 하는데 정작 필요로 하는 곳은 다 빠져있다”며 “당장 돈이 급한 사람들에게 재래시장 활성화 책임까지 떠맡긴 꼴이다”고 비판했다.
광주에서는 아직 ‘상품권 깡’ 적발 사례가 없다. 한 구청 관계자는 “굳이 단속을 나가지 않더라도 점포별 상품권 매출 현황을 보면 알 수 있다”며 “대부분 소득이 일정한 영세점포인 걸 고려한다면 매출이 갑자기 2~3배 껑충 뛰면 조사하는 등 정부차원의 보완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여태 자체적으로 단속이나 점검이 이뤄진 적이 한 번도 없다. 타 지역이 ‘상품권 깡’을 염려해 상시 모니터링반 등을 운영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불법 유통되고 있는 상품권이 재래시장 활성화라는 본래 취지에 맞게 이용되기 위해선 철저한 관리감독과 가맹점 확보 등 자구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