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의 독일 프랑크푸르트 슈테델미술관 기행[4]
김세곤의 독일 프랑크푸르트 슈테델미술관 기행[4]
  • 김세곤 여행칼럼니스트
  • 승인 2024.08.0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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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티첼리, 바티칸 시스티나 예배당의 프레스코화를 그리다. (1)

1481년 여름에 산드로 보티첼리는 교황 식스투스 4세(Sixtus Ⅳ, 재위 1471~1484)의 부름을 받아 로마로 갔다. 그는 식스투스 4세의 명령으로 피렌체 출신의 바치오 폰델리가 설계하고, 조반니노 데 돌치가 공사 감독을 하여 1481년에 건립한 ‘마나 카펠라’의 프레스코화를 그렸다.

(마나 카펠라는 나중에 식스투스 4세의 이름을 따서 ‘시스티나 예배당’으로 명명되었고, 이곳에서 교황의 선종이나 사임 이후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열린다.)

식스투스 4세는 피렌체와 움브리아의 화가인 산드로 보티첼리, 피에트로 페루지노, 도메니코 기를란다요, 코시모 로셀리, 루카 시뇨렐리 등에게 예배당 벽면에 프레스코화를 그리도록 명령하였다.

교황은 처음에는 페루지노 휘하에 있던 움브리아 출신 화가들만 동원할 생각이었다.
식스투스 4세는 1478년 4월 26일에 피렌체 성당에서 부활절 미사가 열리고 있을 때 중앙제단 앞에서 사제의 ‘성체 거양’을 신호로 로렌초 데 메디치 일가의 암살을 사주한 장본인이었다.

그리하여 로렌초 데 메디치의 동생 줄리아노가 단검에 열아홉 군데나 찔려 그 자리에서 숨졌고, 로렌초는 중상을 입었지만 비밀 지하통로로 도망쳐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그런데 2년 뒤인 1480년에 로마와 피렌체 사이에 강화조약이 체결되자 로렌초는 용서의 표시로 보티첼리 등 피렌체의 미술가들을 로마로 보냈다.

시스티나 예배당 전경
시스티나 예배당 전경

시스티나 예배당의 벽화는 1481년 7월부터 1482년 5월까지 11개월 만에 완성되었다.
벽화들은 모세와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에 관한 구약과 신약의 장면들인데, 저명한 신학자였던 교황 식스투스 4세가 직접 정해주었다.
이는 구약에서 예고되고 신약에서 계시되어 베드로가 초대교황이 된 이후 역대 교황들에 영존하게 된 그리스도 교회를 찬양함과 동시에 교황의 권위를 강조하는 것이었다.

당시는 공의회에 교황보다 더 큰 권위를 부여하자는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었고 교황의 권위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1517년에 마르틴 루터에 의해 종교개혁이 일어났다.

벽화는 18개로써 남쪽과 북쪽 벽에 각각 6개씩, 동쪽과 서쪽 벽에 각각 1개씩, 입구 벽에 2개였다. 이 벽화 위에 역대 교황의 초상화를 그렸으며 아래 쪽에는 커튼을 그려 마무리했다.

그런데 벽화 중에 제단과 가까운 벽에 그린 <강에서 건져 올린 모세>와 <예수의 탄생>은 나중에 미켈란젤로(1475~1564)가 1535년에 <최후의 심판>을 그리면서 지워졌고, 입구 벽에 그린 두 개의 프레스코화 – 기를란다요의 <그리스도의 부활>, 시뇨렐리의 <천사들이 모세의 무덤을 지키다>- 는 1522년에 대리석 문턱 기둥이 무너지면서 크게 훼손되어 1565년에 다른 화가에 의해 대체되었다.
따라서 시스티나 예배당에는 12개의 벽화만 남아 있다.

남쪽 벽화 6개는 ‘모세의 일생’을 주제로 한 것이다.
<모세의 유혹, 산드로 보티첼리>, <이집트로 떠나는 모세, 피에트로 페루지노>, <홍해를 건너다, 비아조 단토니오 투치>, <시나이 산을 내려오는 모세, 코시모 로셀리>, <모세의 율법에 대한 반항(또는 코라와 타단과 아비람을 벌함), 산드로 보티첼리>, <모세의 죽음, 루카 시뇨렐리>이다.

북쪽 벽화 6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일생’을 주제로 한 것이다.
<그리스도의 세례, 피에트로 페루지노>, <그리스도의 유혹, 산드로 보티첼리> <사도들을 부르는 그리스도, 도메니코 기를란다요>,<산상설교, 코시모 로셀리> <베드로에게 열쇠를 주는 그리스도, 피에트로 페루지노>, <최후의 만찬, 코시모 로셀리>이다.

그리스도의 유혹
그리스도의 유혹

한편 보티첼리는 3개의 프레스코화를 그렸다. <그리스도의 유혹>, <모세의 유혹>, <모세의 율법에 대한 반항>이다.

먼저 <그리스도의 유혹>부터 살펴보자.
그림 왼편은 노인의 모습으로 변장한 악마가 그리스도에게 돌을 빵으로 바꾸어 보라고 말한다.
중앙에는 사탄이 그리스도에게 뛰어내려보라고 유혹한다. 오른편에는 그리스도가 산꼭대기에서 지상의 모든 왕국을 제안하는 악마를 내쫓고 있다.(마태복음 제4장)

모세의 유혹 1481~1482년 바티칸 시국, 시스타나 예배당
모세의 유혹 1481~1482년 바티칸 시국, 시스타나 예배당

다음은 <모세의 유혹>이다. 모세는 노란색 상의와 녹색 외투를 입고 있다.
오른편 하단에서 모세는 젊은 유대인을 괴롭히는 이집트인을 죽이고 사막으로 피신한다.
중앙에는 이드로의 딸들을 방해하는 목자들을 몰아내고 그녀들을 위해 물을 길어준다. 왼편 맨위에서는 모세가 불타는 똘기나무 앞에서 신을 벗고 있다. 하단에서 모세는 유대 민족을 약속된 땅으로 인도한다. (출애굽기)

( 참고문헌 )
o 바르바라 다임링 지음·이영주 옮김, 산드로 보티첼리, 마로니에북스, 2005
o 벤저민 블레호,로이 돌리너·김석희 옮김, 시스티나예배당의 비밀, 중앙북스, 2008
o 실비아 말라구치 지음 · 문경자 옮김, 보티첼리, 마로니에북스, 2007
o 안야 그리브 지음 · 이상민 옮김, 바티칸 – 바티칸 회화의 모든 것, 시그마북스, 2014
o 키아라 바스타 외 지음 · 김숙 옮김, 보티첼리, 예경,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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