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임진왜란 흔적[5회]-강항, 조선으로 돌아오다
일본의 임진왜란 흔적[5회]-강항, 조선으로 돌아오다
  • 김세곤 여행칼럼니스트 /호남역사연구원장
  • 승인 2024.07.0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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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항을 비롯한 유학자와 가족들 38명은 1600년 4월 2일에 교토 후시미를 떠나 5월 19일에 부산에 도착하였다.
그러면 강항이 귀국하게 된 내역부터 살펴보자.
이는 강항이 쓴 『간양록』의 ‘섭난사적’과 ‘적중문견록’에 나와 있다.

강항의 귀국 항로
강항의 귀국 항로

경자년(1600, 선조 33) 2월 6일에 적장(賊將) 좌도(도도 다카토라 藤堂高虎 1556~1630)가 시코쿠 오즈성(大津城)에서 가강(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부름을 받아 교토 후시미로 왔다.
강항은 대구에서 잡혀온 김경행이 왜글을 좀 쓸 줄 알기에 그를 시켜 왜나라 글로 좌도에게 알리도록 하였다.

“ 일없이 우리들을 먹여 살린들 당신네들에게 이익이 될 일도 없으려니와 4년 동안 외로운 신세에 우리들은 차라리 죽는 것만 못하오. 죽여 주지 않을 바엔 귀국하도록 문을 열어주시오. 갈 길을 허락하지 않은다면 살아남을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

이런 뜻으로 말하여 보낸즉 왜승 경안(慶安)도 좌도에게 극력 권하였다.

“어버이를 생각하고 고국을 그리워하기는 서로 마찬가지이지요. 갈 것만 허락하여 주신다면 돌아갈 편은 있으리다.”

그러자 좌도는 곧 강항 일가를 풀어주었다. 그리하여 강항은 전에 약속한 바 있는 선비들을 모으고 왜인 집에 있는 사공도 불러냈으며, 그동안 벌어 모아 둔 은전(銀錢)으로 몰래 배 한 척과 배에서 먹을 식량을 샀다.

그리고는 이국인(異國人)인 조선 사람이 섣불리 호랑이 소굴을 지나다가 뜻밖의 봉변을 당할 수 있어 순수좌(후지와라 세이카)와 다케다 성주(竹田城主) 적송광통(赤松廣通 아카마쓰 히로미치)를 찾아가서 도와달라고 부탁하였다.

적송광통은 사택 지마수(寺澤志摩守)의 증명서를 얻어주어 관문을 통과할 수 있도록 하고, 순수좌는 뱃길에 익숙한 사공 한 사람을 더 붙여주어 항로를 인도하여 대마도까지 배웅하고 돌아오게 하였다.

강항 영정(영광군 내산서원)
강항 영정(영광군 내산서원)

4월 2일에 강항은 왜경을 떠나 배에 오르니 감개무량하였다.
강항은 배에서 7언 절구 한 수를 지었다.

성은이 멀리 적굴 속에도 미치니 聖恩遙及窖中囚

이역을 떠난 이 날은 늦은 봄이라 絕域歸帆近麥秋

왜놈의 섬은 아득하고 바다는 넓은데 蓬島渺茫滄海濶

충의를 가득 실은 외로운 배 한 척 却將忠義滿孤舟

배가 일기도(壹岐島)에 닿자 비바람이 사뭇 열흘이나 계속되었다. 지리한 날씨였다. 하다 못해 강항은 뒷산에 올라 천신에게 제사를 올렸다.
그래서 그랬을까 이튿날 새벽에 별과 달이 밝았다. 풍백(風伯)이 또 길을 인도하니 앞길도 순조로웠다. 때는 5월 5일이었다.

한편 왜황의 시신(侍臣 가까이 모시는 신하) 청송소납언(靑松小納言)의 누이는 일찍이 왜황의 시녀였는데 왜황의 궁내 비밀을 누설하였다는 죄로 일기도에 유배와 있었다.
강항과 같은 배에 탔던 정홍업과 오헌민은 이전에 청송의 집안과 왕래가 있던 처지였다. 정홍업등이 찾아가 식량을 청했더니 청송의 누이는 술이며 양식뿐만 아니라 창포병(왜군의 계절 음식)까지 만들어 보내주고 두 사람의 종까지 보내주었다.
그래서 일행들은 골고루 배불리 먹었다.

그런데 대마도에 도착하여서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귀국하려는 포로들은 대마도를 귀신 아가리로 보는 두려움이 있었고, 일본 본토에서 빠져 나온다 하더라도 대마도에서 잡히고 만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강항은 대마도를 꺼릴 필요는 없다는 사연을 쓴 격문을 지어 일행을 안심시키고, 순수좌가 바닷길 안내로 보내 준 왜놈이 대마도에서 돌아갈 때 격문을 주어 ‘대마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을 알리도록 하였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강항 일행은 5월 19일에 마침내 부산에 도착하였다.
교토 후시미를 떠난 지 1개월 17일만이었다.

(강항 지음 · 이을호 옮김, 간양록, 서해문집, 2005, p 150-151, 229-230 ; 강항 지음 · 김찬순 옮김, 간양록, 보리, 2006, p 135, 159-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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